여야 수뇌부 정치력부재 공전 거듭
반대 계파 눈치보며 모두 몸사려
與 “선거 얼마 안 남아… 소폭 손질”
野 “현 비례대표제 바꿔야” 맞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정한 내년 총선 선거구획정시한(9일)이 임박했지만 여야 협상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양당 모두 내부에 분열요소를 안고 있어 수뇌부가 협상 재량권을 발휘하지 못하는 처지다. 보다 못한 정 의장이 8일 직접 나서 빨리 합의를 만들어 낼 것을 독촉했지만, 마땅한 돌파구는 마련되지 않았다.
정 의장은 이날 정기국회 내 쟁점법안 처리를 요청하기 위해 자신을 찾아온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를 향해 “선거구 획정 문제만 봤을 때는 새누리당이 좀 과하다”고 질타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내년 4월 총선을 원만하게 치르기 위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으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며 “거대 여당인 새누리당은 ‘큰형님’인데, 형님이 너무 자기 이익에만 치우친 것 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 3일 의장 집무실에서 내년 총선 선거구획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여야 지도부와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김무성 대표, 정 의장,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 새누리당 소속 이병석 정개특위 위원장. 남정탁 기자 |
정 의장이 여당 지도부를 공개 비판하면서까지 합의안 도출을 독촉했지만, 여야는 이날도 절충에 실패했다. 여야 수뇌부 모두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태도다. 새누리당은 ‘현행제도 일부 손질안’을 내세운다. 원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이제 와 선거제도를 논의하는 것은 좀 어렵다”며 “선거제도 (변경) 필요성은 20대 국회에서 논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지역구 의석수를 소폭 늘리고 비례대표를 줄이는 방식으로 농·어촌 지역구 축소를 최소화하는 소극적 개선책으로 이번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논리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비레대표를 축소하려면 그만큼 현행 비례대표제를 손보아 비례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맞섰다. 현행 단순 소선구제도에서 발생하는 사표를 비례성 강화로 최대한 방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표는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우리 당은 여러 번 결단해서 양보를 해왔는데 새누리당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같은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의) 최종안은 이병석 정개특위 위원장의 전국을 중심으로 한 부분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며 “더 이상의 변화는 없다”고 못박았다.
여야가 ‘마이웨이’를 고수하면서 협상안이 예비후보 등록일인 15일 이전에 도출될 가능성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신인이나 원외위원장 등의 피해가 눈에 보듯 뻔해 여야의 정치력 부재에 대한 비판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여야가 선뜻 인식 차를 좁히지 못하는 것을 두고 “내부상황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친박(친박근혜), 비박(비박근혜)계로 나누어 공천룰 경쟁에 돌입한 새누리당이나, 친노(친노무현)계, 비노(비노무현)계 간 극한 대립 중인 새정치연합 모두 지도부가 한발짝이라도 양보했다간 반대 계파가 공세에 나설 것이 뻔해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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