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KF-X 21개 기술이전 합의”…“큰틀서 협의… 연내 사업 착수”… 쌍발엔진 체계통합 포함 불확실… 스텔스 기술도 빠져 미봉 논란 국방부는 9일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의 21개 기술 항목에 대해 미국 측과 협의한 결과 “미측으로부터 큰 틀에서 21개 항목에 대해 기술 이전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정부 대표단이 지난 1~3일 미국을 방문, KF-X 사업과 관련한 기술 이전을 위한 다양한 협의를 해 (미측과) 이 같은 합의를 이끌어 냈다”며 “일부 기술적으로 구체화가 필요한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사업 추진 중에 추가 협의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리고는 “올해 안에 사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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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진 방위사업청장(오른쪽)이 9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사업 리스크 관리 소위원회에 참석해 KF-X 사업의 21개 기술 이전에 대한 미국 측과의 협의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을 이전받기로 했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스텔스 기술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고, 논란을 빚은 쌍발엔진 체계통합 기술에 대해서는 얼버무리며 넘어갔다. 미측은 21개 항목의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적시하지 않고 ‘큰 틀(large frame)’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극히 ‘외교적인 수사’로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 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우리가 필요한 게 10개가 될 수 있고 15개가 될 수도 있다. 계속 변하는 거다. 큰 틀에서 사업에 착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만 언급했다. 기술 이전의 가치가 14억1000만달러를 채우기만 하면 된다는 얘기도 나왔다. 최근 불거진 비난여론 무마를 위한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방부 발표 직후 방위사업청도 미국 정부가 KF-X 개발과 관련해 한국 정부로부터 요청받은 21개 기술 항목에 대한 수출허가(E/L) 승인을 했다고 거들었다. 방사청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미측으로부터 21개 기술 항목에 대해 기술 이전을 받기로 한 것을 문서로 받았다”며 “E/L 승인은 11월30일에 났으며, 이 문서에 한·미 6개 기관이 서명을 했다”고 전했다.
앞서 한·미 양국은 KF-X 개발을 위한 21개 항목의 기술 이전과 관련해 지난달 서울에서 1차 협상, 지난주 워싱턴에서 2차 협상을 벌였다. 1차 협상 때는 미국 측에서 “이전을 원하는 기술을 구체적으로 항목화해 달라”며 소극적 태도를 보였고, 2차 협상 때도 “한국이 협상 관련 사항을 너무 상세하게 공개한다”고 불만을 드러내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국 정부가 요청한 21개 항목 기술 이전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였다. 미 행정부 움직임에 밝은 정부 소식통은 “미측은 ‘한국의 첨단무기 개발을 미국이 가로막고 있다’는 인식이 한국 내에 퍼져 반미 감정을 촉발할 가능성을 우려해 KF-X 개발 ‘협력’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안다”며 “구체적인 협력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박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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