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 말 다하는 '쎈 언니'들이 요즘 대세다. 겉모습만으로 범접할 수 없는 포스를 풍기는 그들을 향해 열광하고 동경하는 시선도 뜨겁다.
JTBC '욱씨 남정기'에서 이요원이 맡은 옥다정은 일명 '사이다' 캐릭터로 불린다. 옥다정은 러블리 코스메틱 본부장으로, 을(乙)이지만 부당한 상황 앞에서 분노의 물 세례도 서슴지 않는 인물이다. 갑(甲)에 눌리지 않리지 않고 거침없는 일격을 날리는 옥다정의 모습은 현실로 옮겨오면 판타지이지만 통쾌함을 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요원은 최근 진행된 '욱씨 남정기' 현장 공개 기자간담회에서 "회사원이 아님에도 옥다정의 대사나 행동, 에피소드가 속시원했다. 나 대신 누군가 나서서 얘기해 주면 시원하지 않느냐"면서 "나도 현실에선 남정기(윤상현 분) 쪽에 가깝다. 남들 눈에 안 띄고 입에 오르내리지 않고 사는 게 편하다. 대본을 읽으면서 이런 여자가 있을까 싶고, 속 시원했다"고 옥다정 역을 소화하는 기분을 전했다.
또 이요원은 "극중 옥다정은 실력과 능력이 있기에 그런 자신감이 나올 수 있는 거다. 자신감과 노하우가 있어서 큰소리칠 수 있는 인물"이라며 "옥다정을 통해 시원함을 느끼고 대리만족하시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JTBC '님과 함께2-최고의 사랑'에서 김숙은 가상남편 윤정수를 휘어잡는 리더십을 발휘한다. 김숙이 윤정수를 향해 "돈은 내가 벌 테니 집에서 조신하게 살림이나 해" 등 기존 발상을 뒤집는 발언이 여성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김숙의 터프하고 솔직한 화법은 개그맨 특유의 재치와 버무려져 불편하지 않은 웃음을 이끌어낸다.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속말 다하고 맞받아치면서도 밉지 않은 캐릭터는 그간 전무했다. 그렇다고 '쎄기만 한' 캐릭터는 아니다. 그의 거칠어 보이는 언행을 들여다보면 사실 윤정수를 배려하는 속내가 내비친다. 그야말로 지혜롭게 사람을 다룬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가요계에도 '쎈 언니'들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이는 '걸 크러쉬(여성이 여성의 매력에 빠지는 현상)'라는 타이틀로 유행을 선도했다. 올해 초 걸그룹 마마무가 발표한 '걸 크러쉬' 노래 가사에 담긴 '나도 충분히 벌어' '남들 시선 의식 안 해' 등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여성의 모습이 공감을 얻었다. 이런 흐름 속에 '걸 크러쉬' 매력을 발산하는 여성 래퍼들도 덩달아 주가를 높이고 있다. 제시, 치타 등 거칠고 카리스마 넘치는 매력을 뿜어내는 여성 래퍼들이다.
이는 귀엽고 섹시한 걸그룹과 다른 영역으로,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방식이 적극적으로 변모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측면으로 '쎈 언니' 혹은 '걸 크러쉬'가 현실에서 억눌린 감정을 분출하고, 대리만족을 느끼는 통로로서 기능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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