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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이젠 병원도 의사도 못 믿어”… 병원 포비아 확산

입력 : 2017-12-19 19:32:52 수정 : 2017-12-19 20:5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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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병원도 의사도 못 믿어”… 병원 포비아 확산 / 이른둥이 부모들 불안 호소 / 인터넷서 위생불량 등 고발 봇물 / 간호사 폐결핵·벌레수액 등 언급 / 안일한 관리시스템 개선 목소리 / “다른 병원들도 방지대책 마련을” “너무 불안해서 병원을 옮겨야 할 것 같아요. 이제는 병원도, 의사도 다 믿을 수 없네요”

이화여대 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연쇄 사망한 일이 발생하면서 이 같은 불안감을 호소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해 감염에 취약하고 정기적인 병원 검진이 필수인 조산아를 둔 부모들은 병원과 의료진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병원 포비아’까지 호소하고 있다.
19일 오후 서울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들이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19일 오후 서울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부모들의 걱정은 인터넷 육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사고 발생 후 사흘째인 19일 회원수 75만여명의 한 커뮤니티에서는 이대 목동병원을 비롯해 신생아중환자실을 운영하는 대형병원을 향한 고발 글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대부분 의료진이 장갑도 끼지 않은 상태에서 인큐베이터 안의 아기를 만지거나 신생아중환자실 안에서 간식을 먹었다는 등 위생과 관련 있는 내용이었다.

지난달 생후 10개월 된 자녀를 이대 목동병원 1인실에 입원시킨 경험이 있다고 밝힌 한 네티즌은 “아기가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했는데 천장엔 곰팡이 자국이 있고 화장실에서는 집게벌레도 나왔다”고 전했다. 이 네티즌은 선반 위에 쌓인 먼지와 곰팡이로 얼룩진 병실 벽면이 담긴 사진을 함께 올렸다. 

신생아 4명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 관계자들이 19일 서울 양천구 이화여대 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위생복 차림으로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에 조산 자녀를 입원시킨 적 있다는 또 다른 네티즌은 “간호사가 아기의 입을 맨손으로 벌리고 수유를 해서 정말 놀랐지만 아무 말도 못했다”고 적었다.

이들은 이대 목동병원에서 발생한 간호사의 폐결핵 확진과 수액병 안에서 발견된 날벌레 사건은 물론 삼성서울병원의 유명 연예인 신생아중환자실 특혜 제공 의혹을 다시 언급하며 병원의 안일한 관리 시스템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대 목동병원 잠정 폐쇄 및 감사를 요구하는 글이 30여건이나 올라온 상태다. 이모(30·여)씨는 “이번에 목숨을 잃은 아기들의 일이 어린아이를 둔 내게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동네병원보다 대형병원이 더 낫다고 여겼는데 이제는 그런 신뢰마저도 사라졌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이번 사건이 ‘남 일 같지 않다’는 부모들의 불안에는 근거가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신생아중환자실 적정성 평가 방안 및 기준 개발 연구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신생아중환자실에 최소 1대 이상 갖춰야 하는 온열 이동식 보육기 등 전문장비 및 시설 8가지 모두를 구비한 곳은 전국 61개 대형병원 가운데 절반에도 못 미치는 41%에 불과했다. 전국 병원의 인큐베이터 3429대(지난 7월 기준) 가운데 제조 연한이 10년 미만인 것은 1609대(46.9%)에 불과했다. 10년 이상(1221대·35.6%)이거나 제조 연한을 알 수 없는 것(599대·17.5%)이 절반을 넘어 상당히 노후화됐다는 평가다. 이대목동병원의 경우 신생아중환자실 인큐베이터 22대 중 20년 이상인 2대를 포함해 10년 이상된 게 42.1%를 차지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 안전 관련 사건 중 대형병원의 낙후된 시설과 시스템, 의료진의 책임 회피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 발생한 만큼 다른 병원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 재발 방지 대책을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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