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해저터널은 통일된 한반도에서 관심을 받는 중요 프로젝트가 될 것입니다.”
세계적 투자전문가인 짐 로저스(77)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21일 부산시 기장군 아난티코브 펜트하우스에서 진행된 세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일해저터널’은 사단법인 한일터널연구회(공동대표 이용흠·서의택) 등이 추진하고 있다. 부산과 거제도에서 대마도를 거쳐 일본 규슈 사가현 가라쓰시(市)를 잇는다. 총 길이만 209~231㎞(해저구간 128~145㎞)에 달한다. 큰 터널 하나를 통째로 뚫는 게 아니라 경유지마다 세부 구간을 나눠서 만든 작은 터널들을 연결한다는 게 특징이다. 1981년 11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문선명 총재가 제10회 국제과학통일회의(ICUS)에서 ‘국제하이웨이’ 계획을 제창하면서 시작된 평화 프로젝트다. 이후 가정연합 한학자 총재는 세계평화고속도로인 ‘평화의 길(피스로드)’ 건설의 일환으로 이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해저터널 건설에는 시간이 10~15년, 사업비는 62조원에서 100조원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로저스 회장은 통일 이후 한반도가 세계 교통·물류의 중요 허브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해선과 서해선을 통해 남북의 철도가 연결되면 중국, 러시아는 물론 유럽까지 잇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한일해저터널까지 개통되면 일본 도쿄에서 독일 베를린까지 육로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통일 한국이 되면)일본 입장에서는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일본은 통일 한국과 경쟁이 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로저스 회장은 특히 ‘통일 한국’에서 관광산업이 크게 발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북한은 수십년간 관광 쪽에서 발전이 안 됐고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다. 또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관광지로 한국을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남북이 열리고 철도가 놓이면 많은 사람이 한국과 북한을 앞다퉈 방문하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통일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나라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저스 회장은 “북한은 교육받은 값싼 노동력이 있고 풍부한 자연환경과 지하자원이 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할 만큼 잘 발전하지 못했다. 남한은 자본과 생산 시설, 이를 운영해본 경영 경험이 있다”며 “한반도에 많은 투자가 이뤄질 것이고 지정학적으로도 중요한 위치를 갖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 사람들이 듣고 기분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다. 앞으로 10~20년 사이 한반도가 세계에서 가장 흥미롭고 역동적인 곳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1~2년 뒤 세계 경제가 좋아지리라 생각하지 않지만, 한반도는 이런 예측의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며 “남북 교류가 시작되면 더 많은 경제적 이득이 발생하고 무수히 많은 투자와 번영이 이뤄질 수 있다. 한국에 ‘금상첨화(Icing on the cake)’의 기회가 오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몇 년 전부터 적극적인 대북투자 의사를 밝혀온 로저스 회장은 “언제 남한과 북한이 통일될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어떤 관성력에 의해서 갑자기 막을 수 없는 불길처럼 급변할 수도 있다”며 “나는 그런 ‘통일 한국’의 시대가 오는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22일 한일터널연구회 명예 고문으로 추대됐다.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에 기여한 공로로 부산대에서 명예 철학 박사학위도 받았다. 경영학이나 경제학이 아닌 철학박사 학위를 받게 된 것은 평소 역사와 철학에 관심과 조예가 깊은 그의 희망 때문으로 알려졌다. 로저스 회장은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학사 학위(1966년)를 받기 전 예일대에서 역사학 학사 학위(1964년)를 받았다. 학위 수여식 이후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반도의 통일과 미래’ 주제로 특강을 하고, 이날 오후 BNK부산은행 초청으로 부산은행 본점에서도 같은 내용으로 강연했다.
부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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