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 전, 한국해양대에 입학하면서 바다와 맺어진 인연이 오늘 해양수산부 장관으로서 이 자리에 서게 했습니다.”
지난 4월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취임식에서 한 말이다. 해양대 출신 해수부 장관은 문 장관이 처음이다. 그는 현대상선 일등 항해사 출신으로 10년간 배를 직접 몰았고,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의 세계해사대학에서 한국인 최초로 교수를 지냈다. 항만·해사·물류 분야 전문가로 전문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연말 일찌감치 장관직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장관은 취임 이후 최근까지 20차례 넘게 지역 현장을 방문하는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에 대해 일본이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하고, 현대상선이 세계 3대 해운동맹 중 하나인 ‘디얼라이언스’ 정회원에 가입하는 성과도 거뒀다.
문 장관 앞에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해운업 재건과 수산업 육성이라는 난제에다 일본 경제보복의 여파도 적지 않은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해양 플라스틱 등 환경 문제도 해수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문 장관을 만나 일본과의 무역갈등에 따른 해양수산 분야 대응책과 해수부의 주요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취임 5개월을 앞두고 있는데.
“해양수산 분야가 발전잠재력이 매우 크고, 한편으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 정책 추진에 협업과 혁신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해양수산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미래 먹을거리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해양수산분야의 국내 스타트업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사업을 포함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일본이최근 우리 수산물 검사 비율을 늘렸다.
“일본이 하절기 식중독 예방, 식품안전을 이유로 넙치, 피조개, 키조개, 새조개, 성게 5개 품목에 대한 모니터링검사 비율을 상향했다. 수입검사 강화 이후, 현재까지 부적합 사례는 없었지만 향후 검사에서 부적합 사례가 생기면 우리 수산물 수출에 차질이 우려된다. 6월부터 ‘대일 수산물 수출애로 지원센터’를 운영하는 동시에 수출검사와 위생설비 지원 등의 대책을 추진해 수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대일 수산물 수출 영향은 어떤가.
“지난해 우리 수산물 수출은 23억8000만달러로 역대 최고 성과를 달성했고, 7월까지도 지난해보다 6% 상승한 15억달러를 수출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7월까지 일본 수출액은 4억3800만달러로 전년 대비 3.0% 감소했지만, 6월까지 수출액이 전년 대비 5.7%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하반기 들어 수출이 다소 회복하는 흐름이다. 일본 수출 수산물은 특히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한편으로는 무역상담회 개최, 수산박람회 참가 등을 통해 미국·중국·아세안 등을 중심으로 신규 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일본의 무역규제가 해운에도 영향이 있나.
“한·일 항로의 수출입 컨테이너 물동량은 빈 컨테이너를 제외하고 연 80만TEU 수준이며, 한·일 항로만을 운항하는 약 40여척의 선박이 있다. 일본 수출규제로 수입화물 중심으로 물동량이 감소될 수도 있다. 이로 인한 선사의 경영악화에 대비한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일 어업협상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대체어장 개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해외 원양수역과 우리 근해수역을 대상으로 대체어장을 개발하고 있다. 원양수역은 북태평양에서 오징어채낚기 어장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데 북태평양수산위원회 등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내년에는 어장에 출어할 수 있도록 하겠다. 근해수역은 동중국해 등에서 새로운 어장 개발에 필요한 유류비 등 출어 경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향후 지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를 방출할 경우 동해에 유입될 우려가 있다.
“현안점검회의 등을 통해 논의를 진행 중이다. 해수의 방사능 수치 측정 등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맡고 있고, 수산식품에 방사능 검사 등과 관련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담당하고 있다. 해수부가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부분은 없지만 우리가 할 수 있고 준비해야 하는 부분이 무엇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제2차 신항만건설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가장 초점이 맞춰지는 부분은.
“대형화·스마트화·친환경 및 서비스 다양화를 통한 항만의 질적 경쟁력 강화다. 부산항 신항에 2만5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이상 초대형 선박이 접안할 수 있도록 부두 규모를 확대하고,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항만에 접목해 지능형 항만물류시스템으로의 발전기반을 마련하려고 한다. 또 미세먼지 저감 등 친환경 항만을 조성하기 위해 육상전원공급장치(AMP) 및 밀폐형 하역시설 설치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항만 기능을 하역·저장뿐 아니라 LNG벙커링, 수리조선 등으로 다양화하고, 제조·IT기업 유치를 통해 고부가가치 창출형 공간으로 육성하려고 한다.”
―부두 규모 확대는 그만큼 세계 물동량이 늘어났다는 뜻인가.
“그렇다. 빈익빈 부익부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대형 항만은 물동량이 계속 늘고, 그렇지 않은 곳은 줄어드는 식이다. 선박도 고속화·대형화되면서 항공서비스에 가까워진다. 허브 앤드 스포크(Hub & Spoke) 방식으로 자전거 바퀴살(Spoke)이라고 할 수 있는 지선이, 바퀴 중심축(Hub)으로 모이는 것처럼 물류가 대형 항만으로 모인다. 거점 공항이 몸집이 커지듯 허브 항만도 계속 커지는 흐름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시티 터미널이라고 해서 3개 대형 터미널이 있는데 터미널이 붐비면서 파시르판장이라는 대형 컨테이너 터미널을 열었다. 그런데도 2045년까지 65선석을 추가로 만드는 투아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한진해운 사태는 아쉬움이 여전할 것 같다.
“아쉬움이 없을 수 없다. 세계 6∼7위를 다툰, 수십년의 역사를 지닌 선사였다. 선사가 갖고 있던 네트워크 등은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인데 그것이 없어진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굉장한 손해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상선의 ‘디 얼라이언스’ 가입은 의미가 클 것 같다.
“해수부가 추진하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핵심 목표 중 하나는 원양 컨테이너 선복량 100만TEU 확보를 통한 원양 수출입 항로 회복이다. 현대상선은 현재 구조로는 운항하면 할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다. 현대상선의 대외적 신뢰 회복, 비용구조 개선과 함께 원양 서비스항로 다변화도 가능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양플라스틱 제로화 원년을 선포했는데 정부 목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결국 국민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바다 쓰레기는 바다에서 발생하는 것도 있지만 육상에서 흘러가는 것이 40%를 차지한다. 해양플라스틱의 53%를 차지하는 폐어구, 부표를 줄이기 위하여 어구, 부표 보증금 제도를 도입하고, 스티로폼을 대체하는 친환경 부표 보급률을 현재 24%에서 2022년 5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해양플라스틱 쓰레기양을 2022년까지 30%, 2030년까지 50% 줄이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해양플라스틱의 발생·수거·처리 등 전 주기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
―취임 이후 해양수산 분야의 스마트화를 꾸준히 강조하고 있는데.
“스마트화는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스웨덴에서 11년간 일하면서 늘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것들을 접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자율운항선박,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등을 활용하지 않고는 앞으로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해양수산 분야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자율운항선박이 등장하면, 항만 시설이나 접안 패턴, 하역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
―남북협력 사업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일단 남북 간 대화가 돼야 한다. 남북 간 협력과 진척이 있어야 한다. 현재로선 대북제재 때문에 일절 그런 걸 할 수 없다. 4·27 판문점선언과 9·19 남북공동선언에 의하면 공동어로구역을 포함한 경제 협력 문제 등은 군사공동위원회에서 논의하게 돼 있다. 그런데 지금 공동위원회가 구성이 안 됐다. 말은 쉬운데 한 단계 한 단계 나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거라고 본다.”
대담=박희준 경제부장
정리=박영준 기자 yj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