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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백색국가 제외’ 시행…韓·日 갈등 출구 찾을까?

, 日 '경제 보복'

입력 : 2019-08-28 06:00:00 수정 : 2019-08-27 23:4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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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對韓 관세 인상·비자제한도 거론 / 산업계 “불확실성 커질 것” 초긴장 / 고노 “한국이 과거사 왜곡” 망언

일본이 예정대로 28일부터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정 수출무역관리령을 시행한다. 예견된 절차이기 때문에 당장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과 불확실성 증가, 수출규제 확대 가능성 등이 커질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은 27일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개정 수출무역관리령 시행과 관련해 “엄숙히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정례브리핑에서 “28일부터 (개정 수출무역관리령이) 시행된다”고 확인했다.

지금까지 한국에 전략물자를 수출하는 일본 기업은 3년 단위로 1번 심사를 받으면 개별허가를 안 받아도 되는 일반포괄허가를 거쳤지만, 앞으로는 건별로 개별허가를 받거나 일반포괄허가보다 까다로운 특별일반포괄허가를 받아야 한다. 식품·목재를 제외한 비전략물자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가 군사 전용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캐치올(Catch-all·상황 허가) 제도가 적용된다. 일본 정부는 이 조치 외에 해운 등 다른 무역 분야에서 유무형의 추가 조치와 관세 인상, 송금 규제, 한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기준 강화 등도 고려하고 있다고 일본 매체들은 전했다.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사설에서 우리 군의 독도방어 훈련 실시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한국 제재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본 수출규제 대응 관계장관회의’를 갖고 수출규제 대상에 해당하는 핵심부품 연구개발(R&D) 투자전략과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소재·부품·장비 R&D 혁신대책 등을 논의했다.

정부는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에 반영된 소재·부품·장비 기술개발사업 추진계획을 바탕으로 신속한 기술개발과 신뢰성 및 양산 평가를 지원키로 했다. 소재·부품·장비 R&D 투자전략 및 혁신대책의 구체적 내용은 28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일본 수출규제 대응 확대관계장관회의에서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 두번째)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중, 한·일 갈등이 중첩되면서 지난해 12월부터 8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 중인 수출의 상승 전환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관세청은 지난 1∼20일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3%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달은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영향력이 커질 수도 있다. 일본이 규제 대상 품목을 추가로 지정하거나 현재 규제 중인 품목의 허가를 지연시킨다면 타격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미·중 무역분쟁으로 어려운 산업계에 악재가 또 하나 겹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추가 보복을 하지 않더라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무역 환경이 나빠지면 반도체 소재 업체뿐 아니라 다른 업종에서도 기업활동에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외국인 기자로부터 ‘한국 정부가 일본은 역사문제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한국이 역사를 바꿔쓰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이 강제동원 배상 판결 등과 관련해 과거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투로, ‘적반하장’ 격 망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로부터 국민들에게 심대한 고통을 초래했던 어두운 역사를 제대로 직시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 李총리 “日 수출규제 철회 땐 지소미아 종료 재검토 가능”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시정하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이낙연 국무총리가 27일 밝혔다. 지소미아 종료를 단정 짓지 않고 한발 퇴로를 열어둔 것이다. 미국 반발로 인한 부담을 덜고, 종료까지 약 3개월 남은 지소미아를 일본의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한 대응 카드로 계속 활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3개월간 일본의 태도가 먼저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3개월간 타개책 찾으면 재검토 가능”

 

이 총리는 이날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일본의 28일 수출무역관리령 시행 강행과 관련 “지소미아가 종료하는 11월23일까지 약 3개월의 기간이 남아 있다”며 “그 기간 타개책을 찾아 일본의 부당한 조치를 원상회복하고 우리는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양국이 진정한 자세로 대화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청와대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발표한 뒤 고위급에서 협상 의지와 그 시한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이 총리 발언이 처음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이 총리 언급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열려 있다”면서도 그 절차에 대해선 ‘기술적 문제’라고만 했다. 양국 관계에 변화가 있고, 이에 따라 양측 합의가 있으면 절차를 마련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인식이다.

 

다만 이 총리가 재검토 가능 시점을 협정 종료 이전으로 한정한 것은 적절한 타협 시한을 두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현실적 한계를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협정이 만료되지 않았다면 당사자 합의로 유효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협정이 종료돼 공백 상태가 발생하면 새 협정을 체결해야 하고 국회 비준 등 관련 국내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일본과 지소미아를 체결하기까지 겪었던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을 생각하면 협정 종료 후 다시 체결하기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반발 고려했나… 일본은 변할까

 

3개월간 양국 외교 당국 간에는 관계 개선의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안팎에선 유엔총회,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중·일) 정상회의, 에이펙(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등 정상급 인사들이 모이는 다자회의에서 양국 정상의 전격적 만남에 대한 기대가 없지 않다. 10월22일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는 우리가 사절을 보내 관계 변화를 모색할 수 있다. 이 총리 본인이 즉위식 특사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문제는 지금까지도 사태 해결에 미온적이었던 일본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태도를 바꾸느냐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이 총리 언급에 대한 질문에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6일(현지시간) 프랑스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폐막 후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 종료 관련 “양국 간 상호 신뢰를 해칠 조치가 (한국에 의해) 취해진 상황”이라며 “(한국에) 국가 간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하고 싶다”고 기존 주장을 고집했다.

 

또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영향으로 미국이 방위비분담금 협상이나 호르무즈 해협 파병 등에서 우리 정부에 압박 수위를 올린 뒤 지소미아가 유지되면 이중 부담만 지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날 이 총리 발언과 관련해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일본의 변화된 것들이 있다면 그때 가서 재검토 해볼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원론적 수준의 답변(언급)”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강경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이 총리가 청와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나섰다는 해석도 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이우중·홍주형·이귀전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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