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31일로 예고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걸림돌이 될까 영국 의회를 아예 장기 정회시키려고 했던 보리스 존슨 총리의 시도에 제동이 걸렸다. 영국 대법원이 존슨 총리의 의회 정회 조치가 위법하다는 최종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24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브렌다헤일 대법관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의회 정회를 권고한 존슨 총리의 행위가 “불법이자 무효인 만큼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향후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하원의장에게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 10일부터 정회에 들어갔던 의회가 다시 열릴 수 있게 됐다. 다만 영국 정부는 이번 판결에 앞서 사법부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면서도, 패소할 경우 재차 의회 정회를 추진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앞서 존슨 총리는 지난달 28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10월 14일 ‘여왕 연설’(Queen’s speech)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여왕은 이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의회는 지난 10일 오전부터 여왕 연설이 열리는 10월 14일까지 5주간 정회하기로 했다.
의회 정회 기간 모든 의사일정이 중단되는 만큼 상정된 법안은 자동폐기되며, 대정부질문이나 정부 정책에 대한 검증도 불가능하다. ‘노딜 브렉시트’ 논란도 차단되는 셈이다.
EU와 합의안 마련에 실패하더라도 무조건 다음달 31일 브렉시트를 감행하겠다고 선언해온 존슨 총리는 취임 직후 이 같은 의회 정회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에 민주주의를 무시한 폭거이자 무리수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존슨 총리는 이날 대법원 판결 소식을 미국 뉴욕에서 접했다. 존슨 총리는 미국, 캐나다 기업을 상대로 브렉시트 이후 자국에 투자하도록 권유하는 등 ‘노딜 브렉시트 이후’를 이미 한창 대비하고 있었다. 존슨 총리는 기자들에게 “법원에 최대의 존중을 가지고 있지만 이번 결정이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강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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