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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로 사랑받는 창작발레 ‘심청’

입력 : 2019-10-13 21:33:03 수정 : 2019-10-13 21: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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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이 1986년에 초연 / 극 재해석 통해 생명력 무대서 발산 / 동·서문화 융합 고전발레 반열에
유니버설발레단 창작발레 ‘춘향’에서 19세 발레리나 김유진이 ‘심청’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창작발레 ‘심청’은 척박한 한국 발레 풍토에서 피어난 ‘토종꽃’이다. ‘K컬처’가 세계로 뻗어 나가는 현재 한국 문화 위상은 상상도 할 수 없던 시절인 1986년 창단한 지 2년밖에 안 된 유니버설발레단이 세계 무대를 겨냥해 만든 작품이다.

33년의 역사를 쌓아 이제 고전발레 반열에 오른 ‘심청’은 초연 시절인 1980년대만 해도 국내 발레 역량으로는 소화하기 힘든 대작이었다. 제작은 물론 공연에도 당대 최고 실력자가 대거 초빙됐다. 초연에는 아메리칸 발레시어터 당시 주역이자 현재 예술감독인 케빈 맥킨지가 심청이를 인당수에 제물로 바치는 ‘선장’이자 아버지를 찾아주는 ‘왕’으로 출연했다.

함께 성장한 ‘심청’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유니버설발레단은 지난 4∼6일 역시 자신들이 만든 발레 ‘춘향’을 무대에 올린 지 한 주 만에 다시 ‘심청’을 무대에 올리며 그간 쌓은 역량을 과시했다. 또 주인공 ‘심청’역에 올해 18세인 드미솔리스트 김유진을 파격 발탁하는 도전을 망설이지 않았다. 2001년생인 김유진은 만 16세이던 2017년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했다. 5세 때 어린이집 방과후 수업으로 발레를 시작해 발레에 집중하기 위해 다니던 중학교를 자퇴하고 이후 과정은 검정고시로 대신했을 정도로 결기 있는 발레리나다.

유니버설발레단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11일 개막 무대에 선 김유진은 ‘심청’역을 처음 맡았지만 차세대 스타 무용수로서 자질을 충분히 보여줬다. 탁월한 신체에 오랜 수련으로 배어들었음 직한 안정적 기본기는 앞날을 기대하게 했다. 또래 나이에서만 나올 수 있는 생명력이 무대 위에서 발산하며 고전 속 심청을 예술의전당 무대로 소환했다.

특히 3막 왕과 달빛 파드되는 드라마 발레로서 ‘심청’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손꼽힐 만했다.

극적 구성에서 ‘심청’은 1막 심봉사의 초가집 앞마당과 청나라 뱃전, 2막 용궁, 3막 궁궐로 그 개성이 뚜렷하다. 1막 초가집 앞마당의 아기자기함과 거센 파도에 흔들리는 선상 군무의 패기, 2막 용궁의 다양한 디베르티스망이 끌어올린 감동은 자연스럽게 3막에서 정점에 오른다. 남녀 유니버설발레단원들이 화려한 궁중 복장으로 선보이는 아름다운 전통 춤사위는 30여년 전 ‘춘향’ 제작진이 염원했던 동·서양 아름다움과 문화의 융합이 어떤 열매를 맺었는지 보여준다. 볼거리로서 등장한 봉산탈춤이 선사하는 해학에 이어 잔칫날 해질 무렵 심청이 부친과 해후하는 장면은 어찌할 수 없는 감격을 관객이 공유하게 한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너무나 익숙한 ‘심청전’인데 발레 ‘심청’은 드라마 전개를 위해 몇 가지 설정을 바꿨다. 악덕 계모의 상징이 된 ‘뺑덕어멈’은 발레에선 등장하지 않는다. 심청 효심에 감동한 인자한 할아버지쯤으로 상상이 되는 용왕은 발레에선 심청에게 왕비가 되어 머물러 달라고 청혼하나 부친 걱정에 거절하는 심청을 흔쾌히 지상으로 돌려보내는 ‘쾌남’이다.

발레 ‘춘향’에 이어 ‘심청’에서도 러시아 지휘자 미하일 그라노브스키 지휘로 코리아쿱오케스트라가 들려주는 연주가 무대에 힘을 실어줘 큰 박수를 받았다.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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