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니버설발레단이 ‘잠자는 숲 속의 미녀’로 시작하는 2020년 레퍼토리 라인업을 최근 발표했다. 4월로 예정된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클래식 발레의 교과서. 남녀 무용수가 80여명이나 출연해야하는 대작이어서 전막 공연이 흔치 않은데 유니버설발레단도 2012년 이후 8년 만이다.
플로레스탄의 화려한 왕실을 그대로 재현한 무대 세트와 의상, 여섯 요정의 바리에이션과 동화 속 캐릭터들의 디베르티스망, 고난도 테크닉을 요구하는 그랑 파드되까지 클래식 발레의 모든 것을 집약적으로 보여 준다. 특히 유니버설발레단의 이 작품은 1994년 국내 초연 당시 마린스키발레단 출신인 예술감독 올레그 비노그라도프와 연출가 나탈리아 스피치나, 무대 디자이너 시몬 파스투크, 의상 디자이너 갈리나 솔로비예바가 내한해 마린스키 정통을 그대로 살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유니버설발레단은 내년 두 번째 작품으로는 6월에 대한민국발레축제 초청작으로 ‘돈키호테’를 무대에 올린다. 세르반테스 원작과 달리 매력적인 선술집의 딸 ‘키트리’와 가난한 이발사 ‘바질’의 좌충우돌 사랑 이야기가 중심이다. 유머러스한 발레 마임, 빠른 스토리 전개, 투우사와 집시들의 스페인 민속춤, 테크닉의 절정에 이르는 그랑 파드되까지 볼거리가 많은 작품이다. 2017년 3월 공연 당시에는 KOPIS 공연예술통합전산망 박스오피스에서 연극, 뮤지컬, 클래식 부문을 통틀어 월간 판매 1위를 차지했다.
7월에는 드라마 발레 대표작 ‘오네긴’을 충무아트센터와 공동기획으로 선보인다. 천재 안무가 존 크랑코의 안무가 돋보이는 이 작품은 자유분방한 도시귀족 ‘오네긴’과 순진한 시골소녀 ‘타티아나’의 엇갈린 사랑과 이별을 그리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2009년 한국 최초로 이 공연을 국내 소개했다. 이후 원작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연출가 제인 번이 모든 공연에 참여하여 작품에 완벽을 기하고 있다. 감정 연기를 고난도의 테크닉에 담아낼 차세대 주역이 등장할지 주목된다.
12월에는 역시 크리스마스 시즌 최고 흥행작인 ‘호두까기인형’으로 시즌을 마무리한다. 이 작품은 전 세계 연말을 장식하는 스테디셀러 발레로 유니버설발레단 역시 1986년 초연 이후 33년간 연속 매진을 기록 중이다. 특히 이 공연은 세종문화회관과 공동기획으로 오케스트라 실황 반주와 라이브 코러스 등도 준비 중이다. 문훈숙 발레단장은 “올해 35주년이라는 뜻깊은 해를 보냈다”며 “민간예술단체로서 남다른 감회와 기쁨을 뒤로하고 발레단의 50주년, 100주년을 향해 달려가고자 한다. 2020년에도 최고의 공연으로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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