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것도 없다. 보호복도 없고, 비옷만 입은 채 병원 밖에서 비를 맞으며 하염없이 기다렸다”
샤오시라고 밝힌 36세의 한 우한 거주 중국인 여성이 “열이 나고 피를 토하는 남편을 데리고 병원으로 갔지만 더는 방이 없어 몇몇 병원에서 치료를 거절당했다”며 현재 우한 상황을 전했다.
◆우한은 아비규환…“급격한 환자 증가에 통제 불능”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폐렴 확진 환자가 1000여명을 넘어서는 등 폭발적 확산세가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발원지인 우한에서는 의심 증상을 호소하는 시민 수백명을 대처하는 데 역부족인 상황”이라며 샤오시와의 전화 인터뷰 내용을 25일 보도했다. 샤오시는 자신과 병든 남편이 갇혀 있는 이 도시에 갈 곳 없는 설 전날이 마치 ‘최후의 심판’을 연상시킨다고 전하며 “너무나 절박하다. 남편과 둘 다 살아서 새해를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녀는 지난 한 주 동안 그녀의 병든 남편을 데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치료를 위해 이 병원과 저 병원으로 뛰어다녔지만 허사였다.
샤오시는 또 우한의 한 병원 내부 상황을 담은 동영상도 공개했다. 의료진들의 관심을 호소하는 걱정하는 환자들과 보호자들로 가득 찬 병원의 절박한 상황이 담겨 있었다. 또 한 장면에는 침대 시트로 쌓인 병원에서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환자의 시신이 보였고,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가 이를 옮기려 몇몇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응하지 않았고 그녀는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고 전했다.
샤오시는 이제는 한 병원 응급실에 들어와 의사의 진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열흘 전에 남편이 열이 나고 피를 토하기 시작했지만 이전 4개 병원에서는 공간이 부족해서 추가 검사를 할 수 없어 거절당했다”고 했다. “약값은 하루에 수백 위안에서 1,000위안인데, 돈을 낼 수 없는 많은 사람이 병원을 방문했다가 그냥 돌아오기도 한다”고 SCMP는 샤오시 인터뷰를 인용해 전하기도 했다.
샤오시는 현재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집에는 6살 난 딸과 시부모가 있어서다. 현재 샤오시는 “공공의료 시스템이 환자 수요에 압도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딸과 시부모를 감염시키기 위해 집에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사망 41명, 확진환자 1287명 증가…후베이성 13개 지역 봉쇄
후베이성 위생건강위원회는 호흡기질환과 독감이 많이 발생하는 철까지 겹쳐 발열 증세 환자가 병원으로 몰려들어 진료에 차질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한에 거주하는 한 터키인 여성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우한 시내 한 병원의 모습은 복도에 수백명의 마스크를 한 사람들로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병원 복도에는 감염을 우려한 시민들로 가득 찼다. 시장에는 드문드문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거의 배나 과일 등 식료품은 거의 없었다. 이 터키인 여성은 “가격이 너무 비싸졌다. 사과가 조금 남았는데, 이를 살 것”이라고 전했다.
우한시는 이날 의료격리를 위해 1000개 병상을 갖춘 응급병원 건설에 착수했다. 이 병원은 6일 만에 건설을 마치고 다음 달 3일부터 사용할 수 있다. 이는 베이징시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확산하던 2003년 4월 건설한 1000개 병상 수용한 병원을 세운 전례를 따라 한 것이다.
한편, 중국 정부는 24일 자정 기준으로 중국 전역 29개 성에서 감염 확진자가 모두 1287명 나왔으며 이 가운데 237명이 중증이라고 밝혔다. 사망자도 41명으로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세가 갈수록 강화되면서 중국 정부는 후베이성 다른 지역 도시도 봉쇄하고, 1000개 병상을 갖춘 응급병원도 신속히 건설하는 등 총력전에 돌입했다. 중국 서부 티베트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환자가 발생했다. 또 후베이성 이외 지역에서도 처음으로 사망자가 나왔다.
베이징 자금성과 만리장성 일부 구간, 진시황릉 병마용, 항저우의 시후, 상하이 디즈니랜드, 백두산 등 각지 유명 관광지가 문을 닫고 각종 대규모 춘제 행사도 무더기 취소됐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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