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각광받는 식이요법이 된 시대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구촌에 3억7500만명의 채식주의자가 있다. 미국에선 채식주의자 수가 2014∼2017년에만 600% 성장했고, 인도에선 기원전 6세기 이후 채식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채식을 하면 뇌에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해져 지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BBC는 채식이 어떻게 지능과 연결될 수 있는지 전문가들의 분석을 정리해 보도했다. 채식과 지능의 상관관계는 아직 연구가 더 많이 필요한 분야이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채식주의자의 뇌(생각하는 힘)’는 충분히 우려스러울 수 있다는 게 결론이다.
뇌는 우리 몸의 2% 정도로 매우 작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우리가 매일 소비하는 칼로리의 약 20%를 먹어치운다. 또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데에 이미 모든 영양소를 섭취한 동물을 그대로 먹는 것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이러한 이유로 일각에선 ‘고기가 사람을 만들었다’는 학설까지 나온다고 BBC는 전했다.
채식이 뇌 발달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가설은 최근 몇년 사이 가장 뜨거운 논쟁 중 하나가 됐다. 2016년 독일영양협회가 아이들과 임신 또는 요양 중인 여성, 청소년 등은 채식이 권장되지 않는다고 권고한 것이 이를 촉발했다. 벨기에에서는 자녀에게 채식을 강요할 경우 감옥까지 갈 수 있다.
케냐 학생 555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7학기 동안 학생들은 세 그룹으로 나뉘어 각각 고기, 우유, 오일만 들어간 스프를 섭취했다.
케냐의 풍족하지 못한 경제환경 탓에 학생들은 사실상 채식주의를 해 왔으며, 실험은 스프를 먹기 전과 후 이들의 학업성취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매일 고기가 들어간 스프를 먹은 그룹이 다른 그룹 학생들보다 학업성취도가 뛰어났음이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뇌에 필요한 영양소 중 몇 가지는 식물성 식품에 전혀 들어있지 않다고 설명한다. 채식을 할 경우 뇌 발달에 중요한 타우린, 오메가3, 철분, 비타민 B12 등이 손쉽게 결핍 상태에 놓인다는 것이다.
뇌에 가장 중요한 비타민 B12의 경우 달걀이나 고기 같은 동물성 식품에서만 발견된다. 한 영국 연구진에 따르면 채식주의자의 절반 정도가 비타민 B12 부족 상태일 정도로 만연했다.
데이비드 벤튼 영국 스완지대 교수는 “비타민 B12가 결핍된 아이들의 경우 뇌 발달에 실패한 비극적 사례가 나타난다”고 경고했다. 어린 시절 이 같은 영향을 받으면 삶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life-altering)는 설명이다. 앉거나 웃지 못하고 심한 경우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한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물론 채식주의를 한다고 당장 뇌 손상이 간다는 등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니다. 식품과학자인 테일러 월라스는 “나는 채식주의자들에게 언제나 괜찮다고 말한다”면서 “다만 뇌에 필요한 40개 정도의 중요 영양소를 반드시 보충해줘야한다”고 밝혔다. 보통의 비타민 한 알로는 충분치 않으며 영양소 각각을 개별적으로 더해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네이선 코프나스 영국 옥스포드대 교수는 “채식주의자들이 영양제로 영양 보충을 할 순 있겠지만 완벽히 하긴 어렵다”며 “이에 따라 최근 채식 요법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식이 비타민 B12와 철분 결핍으로 이어진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이 영양소는 반드시 지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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