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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끊긴 서문시장…“아예 문닫는 상점 늘어” 한숨 [밀착취재]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0-02-20 18:31:34 수정 : 2020-02-21 07: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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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휩싸인 대구 가보니 / 평일 6만여명이 찾는 관광명소 / 쥐죽은 듯 고요… 매출 90% ‘뚝’ / 김광석길 카페·음식점 등 ‘썰렁’ / 웨딩거리도 줄줄이 ‘임시 휴업’ / 폐쇄 응급실 4곳 중 2곳 재가동 / 시민 “의료체계 마비” 불안 여전

“평소 매출 대비 90% 가까이 떨어졌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엄청 크네요.”

대규모 지역사회 감염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20일, 대구의 대표적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에서 만난 상인 박모씨는 “장사가 되지 않아 아예 문을 열지 않은 상점도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문시장은 평일 기준 6만여명, 주말에는 8만여명이 방문하는 대구의 관광명소 중 하나다. 2만여명의 상인에게 삶의 터전이기도 한 서문시장은 최근 31번 환자 발생으로 촉발된 대구 지역 ‘감염 공포’로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었다.

이날 김영오 서문시장상가연합회 회장은 “전날에는 온종일 단 3명의 손님이 방문한 가게도 있다”며 “(상인들의) 평소 매출보다 약 80∼90%가 줄어들었고, 방문 인원도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지난 18일 서문시장 전체에 대한 방역을 실시했지만, 시민들이 여전히 불안감을 갖고 있는 만큼 상가연합회는 이날도 긴급이사회를 소집해 추가 방역 등을 논의했다. 김 회장은 “코로나19 사태가 계속 이어지면 상인들의 생계가 위협받을 것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산한 시장 내에는 ‘방역실시로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서문시장’이라는 플래카드가 쓸쓸하게 걸려 있었다.

이틀 연속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대구의 주요 명소들에서는 시민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감염 우려에 생활고 걱정까지 떠안은 상인들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구시민들은 지역사회 전파가 본격화한 만큼 추가 확진자의 발생을 막기 위한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20일 중구의 웨딩거리에는 코로나19로 임시휴업에 들어간 상점들이 적지 않았다. 김선영·이강진 기자

가수 김광석의 음악과 삶을 테마로 조성한 벽화거리로 유명한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이날 정오쯤 취재진이 찾은 김광석길 인근의 카페와 음식점은 텅 빈 상태였다. 한 음식점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최근 며칠간 관광객들의 방문이 없어진 상태”라며 “관광객들이 와야 생계가 유지가 되는데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광석길을 관리하는 대구 중구청에 따르면 31번 환자가 격리된 지난 17일부터 전날까지 하루평균 방문객 수는 701명으로, 지난해 동기(4218명) 대비 83% 급감했다. 대구 중구의 웨딩거리에는 ‘임시휴업’에 들어간 상점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한 웨딩 관련업체는 출입문에 “고객님 안전을 위하여 2월29일까지 ‘임시휴무’합니다. 3월2일 뵙겠습니다”란 공지문을 붙여놨다. 주변 음식점도 “당분간 휴업합니다. 3월1일 다시 영업을 할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건강을 빕니다”라는 글을 써놓기도 했다.

20일 중구의 웨딩거리에는 코로나19로 임시휴업에 들어간 상점들이 적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해 폐쇄됐던 대구 지역 대학병원 4곳 응급실 중 2곳이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시민들의 불안은 여전했다. 이날 온라인 지역 맘카페 등에 따르면 대구 지역에 첫 확진자가 나와 응급실 폐쇄가 본격화하면서 “교통사고가 나거나 새벽에 고열이 나는 어린이 등 응급실이 필수적인 환자들은 어쩌냐”는 취지의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대구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다행히 응급환자가 응급실에 못 가는 위급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상황실에서 병상 정보와 응급실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구급활동 시 일선 대원들에게 목적지를 바로 알려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21일쯤 응급실 운영을 재개할 예정인 영남대병원의 경우에는 선별진료소를 방문한 시민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

대구의 대표적 번화가였던 중구 동성로 일대가 20일 코로나19 여파에 인적이 뚝 끊기면서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이날 만난 대구시민들은 추가적인 지역사회 전파를 막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동성로에서 만난 이모(38)씨는 “불안하지만 일 때문에 밖에 나올 수밖에 없어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며 “언제까지 이 불안감 속에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대구 중구에 거주하는 박모(60)씨는 “대구의 전파 속도가 빠른 만큼 중앙정부가 확산을 막기 위한 충분한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글·사진 김선영·이강진 기자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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