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양숙 사칭女‘에 속았다는 윤장현 조주빈에게도? 측근 “‘손석희 찾아가자’며 돈뜯어가”

윤장현 전 광주시장과 텔레그램의 이른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왼쪽사진부터). 연합뉴스, 뉴시스

미성년 등 여성 피해자에게 성착취 동영상을 찍도록 협박한 뒤 이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텔레그램 내 유료 단체 대화방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 이른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윤장현 전 광주시장을 특정해 사죄하고 싶다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윤 전 시장이 사기 피해를 봤다는 측근과 경찰의 발언이 전해졌다. 

뉴시스와 조선일보가 25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서울경찰청과 윤 전 시장의 측근의 말을 종합할 때 윤 전 시장은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는 전혀 다른 사기 피해를 당했으며 이는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과 맞닿아 있다. 

윤 전 시장 측근은 뉴시스에 “사기범이 재판을 받는 윤 전 시장에게 먼저 접근했었다”며 “‘손 사장과 친하다’, ‘JTBC에 출연해 억울함을 풀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손 사장은 2013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JTBC의 메인 프로 뉴스룸의 앵커로 활약했다. 뉴스룸에는 각종 사회 저명인사뿐만 아니라 사회적 부조리를 겪은 각계각층의 인사가 출연해 관련 사연을 토로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윤 전 시장의 측근이 전한 사기 재판이란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여성 사기범에게 속아 윤 전 시장이 약 4억5000만원을 4차례에 걸쳐 나눠 보낸 데 대해 검찰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한 사건을 뜻한다.

이에 윤 전 시장은 “마음이 동해 도와줬을 뿐 선거 출마 등에 이용할 마음은 없었다”는 입장을 내며 일관적으로 무혐의를 주장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5월 열린 1심, 같은해 12월 열린 2심, 지난 17일 3심에서 윤 전 시장은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그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원심은 피고인의 공소사실 중 후보자 추천 관련 금품 제공으로 인한 공직선거법 위반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며 윤 전 시장의 상고를 기각했다.

윤 전 시장 측근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텔레그램으로 접근한 ‘최 실장’은 자신을 서울의 모 기관에 근무한다고 소개했다.

당시만 해도 손 사장은 ‘뉴스룸’ 앵커로 재직했는데, 최 실장은 작년 8월 윤 전 시장을 서울로 불러 JTBC 방송국을 찾아가게 했다. 

최 실장이 ‘박 사장’을 통해 보낸 사람이라며 키가 작은 젊은 남성이 안내해 윤 전 시장이 JTBC 방송국의 스튜디오로 이어지는 장소에서 손 사장을 만나 인사를 나눴고, 이 청년도 따로 손 사장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손 사장을 만나고 온 윤 전 시장은 “기회가 되면 조만간 인터뷰 방송을 잡자”는 최 실장의 말을 믿었으나 출연 날짜는 계속 잡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윤 전 시장의 측근은 “윤 전 시장은 사기범의 말을 믿고 거액은 아니지만 일정 정도의 수고비를 건넨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방송) 출연 날짜가 잡히지 않고 재판은 예정대로 진행되자 윤 전 시장도 사기 의심을 했었다”고 전했다.

과거 박 사장을 통해 보냈다던 젊은 남성이 광주로 와 최 실장이 요구한 활동비를 받아 갔다는 게 측근의 설명이다. 조주빈은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자신을 ‘박 사장’이라 소개한 바 있다. 따라서 조주빈이 최 실장이라는 제3자와 함께 윤 전 시장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측근의 발언에 대해 경찰도 윤 전 시장이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는 상관없는 조주빈의 다른 범죄 행각의 피해자일 가능성이 높단 입장을 내놨다.

이날 경찰 측은 “조주빈 등이 처음부터 아동 성착취물로 (범죄를) 시작한 것이 아니다”라며 “소소한 사기행각을 벌였다”고 했다.

이어 “(윤 전 시장도) 현재 상태에서는 사기 피해자일 수 있다”며 “텔레그램의 성 착취 물 방에 가입했거나 시청을 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사기 피해를 어떻게 당했는지 규명하기 위해 당사자와 접촉하고 있다”며 “사기인지 ,협박을 당해 돈을 건넨 것인지 조사를 해야 알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조주빈은 이날 오전 8시 검찰 송치 과정에서 얼굴을 공개한 뒤 ‘피해자들에게 할 말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손 사장님, 윤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본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조주빈을 상대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통해 받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뿐만 아니라 추가 범죄를 저지른 정황을 확보하고 수사 중이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