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참여연대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사건과 관련, ‘공직자에 의한 성추행 피해사건을 끊어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시장은 참여연대 초창기 사무처장을 오래 지내 사실상 ‘참여연대=박원순’이란 공식이 성립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여연대는 15일 ‘고 박원순 시장 성추행 고소사건 관련 입장’이란 자료를 내놓았다. 참여연대는 이 자료에서 “고 박원순 시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가운데, 고인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측 입장이 알려졌다”며 “고인의 갑작스런 선택으로 피해자가 겪고 있을 고통에 공감하며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련의 사건에 있어 피해를 호소하는 이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할 것”이라며 “결코 위계에 의한 권리침해를 호소한 이에 대해 신상을 털거나 고인의 선택을 피해자와 연결지어 비방하는 식의 2차 가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참여연대는 “이번 사건은 피해자의 권리 회복을 중심으로 접근해야 하며, 피해자가 요구하는 객관적이고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며 “피해자 측은 서울시 내부에 본인이 처한 어려움에 대해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기관에 속한 직원을 보호할 책임 있고, 그에 대한 시스템과 절차를 갖추고 있다”며 “서울시는 오늘(15일) 발표대로 이러한 시스템과 절차가 작동했는지, 4년 간 피해자의 고통이 지속되도록 하는 묵인과 비호는 없었는지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이를 위해 서울시는 우선, 조사가 필요한 직원들에 대한 사직 수리를 유보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며, 조사 결과에 따라 충분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며 “이 과정은 우리 사회에 반복되는 공직자에 의한 성추행 피해사건을 끊어내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하는 것으로 끝맺었다.
박 시장은 생전에 자신의 비서를 지낸 여성으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소를 당했다. 경찰이 고소인 조사 등 수사 절차에 착수하자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느낀 그는 극단적 선택을 했으며, 지난 10일 서울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한편 박 시장은 김영삼(YS)정부 시절인 지난 1995년부터 김대중(DJ)정부 시절인 2002년까지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지냈다. 문재인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생(12기)인 그는 변호사 출신으로 서울시장을 오래(2011∼2020) 지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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