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받자마자 주요 정국 현안에 대해 선명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정치적 생사기로에서 숨겨놨던 이른바 '사이다 본능'을 기다렸다는 듯 분출하는 것을 두고 이낙연 의원에 대한 추격의 고삐를 당기면서 여의도 진출 시기를 앞당기려는 의도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지사는 19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를 갖고 국민적 관심사인 서울 강남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훼손"으로 표현하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 지사는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서 아파트 분양권에 당첨되는 걸 로또에 비유하면서 "집값은 못 잡고, 전국적으로 분양 광풍만 일어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린벨트 해제를 공급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당정에 엇박자를 내며 제동을 건 모양새다.
이 지사는 특히 그린벨트 해제 대신 도심 재개발이나 용적률 상향 조정으로 대안으로 거론해 눈길을 끈다.
'재개발', '재건축'은 야당과 보수층이 강조하는 공급책이기 전에 "집을 파시라"는 부동산 정책 기조 아래 금기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 지사의 거침없는 엇박자 행보를 두고 기사회생으로 주목도가 높아진 시점에 차기 대권 주자로서 존재감을 큰 폭으로 끌어올리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지율 선두 이낙연 대세론 꺾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실제로 이 지사는 "그분은 엘리트 출신이고 난 변방의 흙수저"라며 이 의원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 연장선에서, 이 지사가 출발 총성을 울린 당권 레이스에 측면 개입한다면 김부겸 전 의원을 지지하거나 묵시적 연대를 모색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그 경우 경기도라는 정치 변두리에서 자연스럽게 여의도 정치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원내 영향력을 배가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이미 이 지사는 지난 18일 여야 국회의원 전원에게 편지를 보내 병원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를 법제화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오는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는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와 관련한 토론회에 참석한다. 금배지를 단 적이 없는 그가 의원들 앞에서 어떠한 발언을 내놓을지에 벌써 관심이 쏠린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8·29 전당대회 경선 후보 등록을 하루 앞둔 19일 김부겸 전 의원은 이재명 지사와의 연대론에 대해 "소탐대실하지 않겠다. 누구와도 만나고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경북 안동 민주당 경북도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은 이재명 지사와의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연대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저는 분명히 제가 당 대표를 하면 임기를 다 채워 (2022년 대선) 경선을 잘 관리해서 누가 (대선 후보로) 나가도 이길 수 있도록 당의 역량을 키우겠다고 약속드렸다"며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낙연 의원과 이재명 지사 두 분 모두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했다.
김 전 의원은 "정치공학적인 말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누구와도 만나고 대화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의 이런 언급에 비춰 '김부겸-이재명 연대론'은 열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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