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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140만원 벌어요”… 주부 울리는 ‘인스타 부업’

입력 : 2020-09-07 20:04:42 수정 : 2020-09-07 21:3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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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비 내고 회원 모집해야 수익
신종유사 다단계 SNS 우후죽순

3살 아이를 키우는 정인혜(가명·34·여)씨는 올해 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이하 인스타)에 가입했다. 아이 사진을 올리는 ‘육아스타그램(육아+인스타그램)’을 하며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이들과도 많이 가까워졌는데, 몇 달 전 평소 친하게 지내던 ‘세영(가명)맘’이 장문의 글을 남겼다. 경제적으로 힘들었는데 부업으로 돈을 벌게 돼 즐겁다며, 자신의 노하우를 친한 이들과 나누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호기심에 쪽지를 보내자 쇼핑몰을 운영하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런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솔깃한 이야기가 들렸다. 다른 사람을 쇼핑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하면 한 번에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 99만원을 낸 뒤 또 다른 누군가를 유료회원으로 가입시키면 80만원의 수익을 받을 수 있었다. 2명만 가입시켜도 가입비 이상으로 돈을 벌 수 있단 얘기에 혹한 정씨는 99만원을 결제했다.

 

그러나 한 달 넘도록 아무런 수익도 올리지 못했고, 친구에게 털어놨더니 “다단계 아니야?”란 말이 돌아왔다. 그제야 퍼뜩 정신이 들었다. 정씨는 “나처럼 가입비를 결제할 누군가를 포섭해와야만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였다. 다시 생각해보니 다단계 방식과 똑같았다”고 말했다. 업체 측에 가입비 환불을 요구하며 다단계가 아니냐고 따져봤지만 “우리는 다단계와 다르다”란 말만 돌아왔다. 다른 사람에게 가입하라고 권유하는 것이 죄책감이 들어 결국 수익은 포기했다. 정씨는 “인스타에 넘쳐나는 부업 홍보 글을 볼 때마다 속이 상한다”고 토로했다.

 

인스타에 신종 유사 다단계의 손길이 뻗치고 있다. 초기 가입비를 내고 다른 유료회원을 데려오면 수익을 떼어준다는 방식으로 회원 확장을 하는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다른 사람의 가입비가 있어야만 기존 가입자가 수익을 올리는 이런 구조는 필연적으로 피해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전히 수많은 이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100만원 남짓의 가입비를 낸다. 특히 육아에 집중하느라 별다른 소득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인스타에 친숙한 젊은 여성들이 ‘인스타 부업’의 표적이 되고 있다.

 

◆‘한시간에 월급 3배’… 육아맘 꼬드기는 부업 홍보글

 

7일 인스타그램에서 ‘인스타 부업’을 검색하면 수백만개의 관련 게시물이 나온다. 게시물은 대부분 ‘집에서 휴대전화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홍보하는 글이다. ‘한 시간에 월급의 3배를 벌 수 있다’며 명품 가방 사진이나 수십만∼수백만원을 이체한 통장 기록을 올리기도 한다. 이 같은 부업 업체는 몇 곳이 있지만, 수익을 올리는 방식은 대부분 비슷하다. 업체 사이트에는 쇼핑몰 운영이나 홍보 댓글 작성, 영수증 후기 작성 등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소개됐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말하는 ‘고수익’은 ‘모집’에서 나온다. 모집은 가입비를 내고 회원으로 가입한 뒤, 가입비를 낼 ‘또 다른 회원’을 데려오는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다른 이들을 데려와야 하는 구조다. 이들 업체의 주 타깃층은 육아 중인 젊은 여성들이다. 인스타에서 ‘#육아스타그램’ 등의 해시태그를 달면 부업 홍보 계정들이 우수수 팔로잉을 신청한다. 이들 계정은 ‘아이가 어린이집 갔을 때 하루 몇 시간만 집에서 일해도 돈을 벌 수 있다’는 말로 육아 여성들을 혹하게 한다.

유명 부업 업체인 A사도 쇼핑몰 운영을 홍보하지만 회원 상당수의 주 수익구조는 모집이다. 회원 등급은 가입비 8만8000원을 내는 ‘골드형’부터 198만원을 내는 ‘쇼핑VVIP형’까지 5단계로 나뉜다. 등급에 따라 다른 사람을 데려왔을 때 얻는 수익에 차이가 있다. 멘토들은 99만원을 낸 뒤 또 다른 99만원을 내는 사람을 데려왔을 때 80만원을 버는 ‘쇼핑VIP형(99만원)’을 주로 홍보한다.

 

실제 자신을 A사 멘토라고 홍보한 ‘시우(가명) 맘’에게 문의했더니 곧장 모집을 권했다. 그는 “쇼핑몰은 옷 1개 팔아도 수익이 몇 천원뿐“이라며 자신 역시 모집 활동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높은 단계로 가입할수록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며 쇼핑VIP형 가입을 추천한 뒤 ”보통 첫 달에만 200만∼300만원을 벌고 둘째 달부터는 수익이 배로 늘어난다”고 홍보했다. 멘토들 역시 돈을 주고 가입했기 때문에 이 구조의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다. 시우맘은 자신이 두 번이나 가입비를 날렸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자신을 가입시킨 멘토가 모집 방법을 알려주지 않아 포기했다가 새로운 멘토를 만나 재가입을 했고, 세 번째 가입 이후에야 수익을 올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가입비로만 297만원을 낸 셈이다.

 

B사도 ‘영수증 부업’을 내세우지만 수익구조는 A사와 대동소이하다. 99만원을 내고 가입한 뒤 자신이 소비한 물건의 영수증과 상품 후기를 올리면 1건당 3000원을 벌 수 있다. 다만 후기는 하루 1건만 올릴 수 있어서, 영수증만으로 수익을 올리려면 1년을 꼬박해야 본전이고 2년째부터 하루에 3000원을 벌 수 있다. 그러나 인원 모집 시에는 곧바로 70만원의 수익이 들어온다. B사에 55만원의 가입비를 냈던 김모(38)씨는 “영수증은 부업을 시작하게 하는 유인책인 것 같다. 모집을 못 하면 돈을 못 버는 체계”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 가입시켜야 수익 창출하는 유사 다단계 구조

 

해당 업체들은 다단계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다단계는 1이 2를 데려오고 2가 3을 데려왔을 때 3이 낸 가입비가 2와 1 모두에게 가는 구조다. 하지만 인스타 부업은 3이 낸 가입비는 2에게만 가기 때문에 ‘방문판매업’이 된다. 방문판매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문제는 이들이 가입비의 대가로 물건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가입비를 낸 사람은 상품이 아닌 ‘다른 사람을 가입시켰을 때 돈을 받을 수 있는’ 무형의 권리를 얻게 된다.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배당금을 지급하는 다단계 금융사기인 ‘폰지사기’와도 비슷하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24조는 ‘재화 등의 거래 없이 금전거래를 하거나 재화 등의 거래를 가장해 사실상 금전거래만을 하는 행위는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에 따르면 ‘하위 판매원 모집 자체에 대해 경제적 이익을 지급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현재 인스타에 성행 중인 부업 업체들은 쇼핑몰 운영이나 영수증 후기란 수익구조도 만들어놔 이 같은 법의 제재를 교묘히 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 업체에서 가입비를 날렸던 이모씨는 “인스타에서 (부업) 모집 글을 보면 화가 나지만 한편으론 측은하다”며 “그 사람들도 다 가입비를 내고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건데, 결국 뒤에서 쉽게 돈을 버는 건 업체 같다”고 말했다.

인스타 부업 홍보 과정에서 ‘쉽게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과장하는 것도 문제다. 자신의 통장 2개로 서로 이체를 하면서 수익금이 들어온 것처럼 꾸미는 등 회원 모집을 위해 거짓 정보를 올리는 이들도 있다. 다단계 유사수신사범 전문수사관 자격을 가진 신종선 전문위원(법무법인 AK)은 “홍보하는 것과 달리 사실상 주 수익원이 사람을 데려와 돈을 버는 것이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것처럼 허위·과장광고를 했다면 방문판매업법 위반일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업체 측은 과장 홍보가 개인 일탈이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일탈행위를 묵인하는 것은 사실상 방조하는 것”이라며 “업체 측이 정말 쇼핑몰로 수익을 내는 것을 권장한다면 모집에 수익을 이렇게 많이 배분해서는 안 된다. 구조 자체가 모집을 유도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일부 언론, 돈 받고 부업 홍보기사 써줘… 일반인 의심 못해

 

중소 인터넷 언론사를 중심으로 ‘인스타부업 모집’을 부추기는 듯한 보도 내용도 도마에 올랐다. 부업 홍보 계정을 운영하는 이들 중 상당수가 ‘언론 보도 주인공’이란 점을 강조한다. 자신이 언론에 소개됐을 정도이니 믿고 따라와도 된다는 것이다.

실제 네이버 기사 검색에서 ‘인스타그램 부업’을 검색하면 ‘멘토 ○○, 인스타 부업 성공 발판 제공’, ‘멘토 ○○, 부업 기초부터 맞춤식 교육으로 주목’ 등 멘토들을 홍보하는 기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7일 기준 최근 네이버에서 검색된 인스타 부업 홍보 기사 130건을 분석한 결과 총 29개 언론사에서 이런 기사를 출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소 인터넷 언론사뿐 아니라 지역 일간지와 경제지에서도 관련 기사가 있었다. 이 중 9곳은 5건 이상의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특히 한 매체는 무려 30건이 넘었다. 이곳에 ‘인스타 부업 멘토인데 홍보 기사를 낼 수 있냐’고 문의하자 “기사 1건당 22만원을 내면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또 다른 매체도 “해당 기사는 돈을 내면 써주는 기사”라며 “1회당 10만원”이라고 안내했다. 한 멘토의 이름을 검색하니 그를 소개하는 기사만 25건이 나왔다. 언론 보도를 홍보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멘토 홍보 기사는 대부분 유료 광고인 셈이다. 하지만 기사를 접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광고 기사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다. 반면 언론에 소개됐다고 하면 의심을 거두기 쉽다.

지난해 한 멘토를 통해 99만원의 가입비를 냈던 황모(31·여)씨는 “부업 상담을 받다보니 다단계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어서 포기하려고 했는데 멘토가 ‘우리 업체는 믿어도 된다. 기사에 소개된 사람도 많다. 찾아봐라’고 했었다”며 “언론에서 인터뷰까지 한 사람이 있다고 하니 홀린 듯 가입비를 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어 “돈을 받고 멘토 홍보 기사를 썼다면 언론사들도 인스타 부업 모집의 공범이 아니냐”며 “순진한 사람들은 언론에 소개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뢰하게 된다. 부업 모집 홍보 기사는 규제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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