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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트럼프는 기후 방화범” vs 트럼프 “산림관리 문제”

입력 : 2020-09-16 06:00:00 수정 : 2020-09-15 20: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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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최악 산불’ 대선 쟁점으로 급부상
바이든 “트럼프 재선땐 지옥 계속”
환경 예산 4년간 2조弗로 확대
민주소속 주지사 “기후 변화 때문”
트럼프 “곧 시원해지면 나아질 것”
환경 규제는 풀고 기후변화 경시
BBC “젊은 유권자에 중요한 주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4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매클렐런 공항에서 개빈 뉴섬 주지사로부터 동시다발적 대형 산불 피해 현황을 보고 받고 있다(오른쪽 사진).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우려를 일축하며 산림 관리 부실을 서부 해안 지역 산불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날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자연사박물관 앞에서 연설을 통해 서부 산불을 언급하며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했다. 윌밍턴·새크라멘토=AFP연합뉴스

캘리포니아주 등 서부 해안지역을 강타한 산불이 11월 미국 대선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록적인 산불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기후변화를 여전히 경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기후 방화범’이라고 맹공을 펼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산불 피해 현장인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를 찾아 ‘기후변화가 요인이었나’라는 기자들 질문에 “그보다는 산림 관리의 문제로 보인다”고 답했다. 그는 호주와 아마존에도 산불이 나지만 “그들에게는 이런 문제(대형 산불)가 없었다”면서 “나무가 쓰러지고 시간이 지나면 성냥개비처럼 건조해져 폭발하는 것이다. 나뭇잎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지역 당국이 방치된 초목을 제대로 솎아내지 않아 불이 커졌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됐다.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주지사는 “캘리포니아 임야의 57%가 연방정부 소유”라고 꼬집으며 “날이 점점 더 뜨거워지고 더 건조해지고 있다. 기후변화가 현실이라는 과학적 증거가 있다”고 맞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곧 더 시원해질 것이다. 그냥 두고 보라”고 일축했다. 이에 웨이드 크로풋 주 천연자원부 장관이 “과학이 당신 의견에 동의했으면 좋겠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 나는 과학이 문제를 제대로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날 조 바이든 후보는 델라웨어주 자연사박물관에서 한 연설에서 “만약 그(트럼프)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다면 이런 지옥 같은 일들이 더 흔해지고 심해지며 치명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기후 방화범에 4년을 더 주면 미국이 더 불탄다고 해도 놀랄 이유가 없다”고 비난했다. 바이든은 ‘부인할 수 없는’ 지구 온난화로 올여름의 끝자락에 산불과 허리케인 피해가 커졌다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행동’을 강조했다.

대한민국 국토 면적의 약 5분의 1(19.1%)에 달하는 1만9125㎢ 지역을 태운 산불의 원인을 놓고 대선주자들이 난타전을 벌이자 워싱턴포스트(WP)는 “코로나19 대유행, 경제 불안, 인종적 정의 요구 시위에 더해 기후변화가 대선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연방 권한을 결집해 피해 주민에게 원조를 제공할 기회이며, 바이든 후보에게는 트럼프 대통령이 산불과의 싸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난할 기회라고 진단했다. 영국 BBC방송 역시 “적어도 하루만큼은 미 대선전의 최전선에 기후변화 문제가 있었다”며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환경 문제는 건강보험이나 경제 문제에 밀려 있지만, 젊은 유권자들에게는 중요한 주제”라고 짚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일대가 미국 서부 해안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의 여파로 주황색 연무에 휩싸여 있다. 샌프란시스코=AP연합뉴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온난화를 ‘미국 산업을 위축시키려는 중국의 날조’, ‘연구비를 더 타내려는 과학자들의 거짓말’로 치부해왔다. 지난 4년간 트럼프 행정부는 자동차 연료 효율 기준을 완화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70여건의 환경 규제를 철회했고, 파리 기후협정에서도 탈퇴했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향후 10년간 녹색 인프라와 일자리 마련 등을 위해 1조7000억달러를 투입하겠다는 기존 공약을 향후 4년간 2조달러로 확대하는 등 환경 문제에 점점 더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대형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미국 오리건주 피닉스의 한 이동식 주택단지에서 주민이 불탄 잔해들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 피닉스=AP연합뉴스

올여름 서부 캘리포니아와 오리건, 워싱턴 등 3개 주에서는 100건 이상의 대형 산불이 발생해 최소 35명이 숨졌다. 캘리포니아와 오리건의 기온은 1900년 이후 1도 이상 상승했으며, 캘리포니아 역사상 1·3·4위 규모의 산불을 비롯한 20여건의 대형 산불이 최근 발생했다는 점에서 기후변화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BBC는 “수십 년간 이어진 건조 기후가 수백만 그루의 나무를 고사시켰고, 이는 강력한 불쏘시개가 됐다”며 “시원하고 습한 산악 지역이 폭염으로 빠르게 건조해지면서 화재에 취약한 구조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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