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코로나19 두려워 말라” 발언에
“사랑하는 사람 잃고 그런 말 못 해” 비난
“코로나19는 두 개의 미국이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트럼프가 사는 미국과 나의 아버지가 죽은 미국.”
6일(현지시간) NBC방송에 따르면 부친을 코로나19로 떠나보낸 크리스틴 우르퀴사는 기고문에서 이렇게 한탄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확진 판정을 받자마자 군 병원에 입원한 것을 지적하며 “아버지는 병원에 갔다가 집에 가라는 말과 함께 숨 쉴 수 없을 때만 오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나같은 유족의 고통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문제가 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 퇴원하면서 트위터에 “코로나를 두려워하지 말라. 삶을 지배당하지 말라”고 적은 것을 가리킨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최고 수준의 치료를 받고 퇴원하면서 한 말이 코로나19로 사랑하는 이를 보내야했던 유족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코로나19로 남편을 잃은 어맨다 클루츠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는 “사랑하는 이를 잃은 21만명의 미국인에게. 내가 여러분의 손을 잡고 여러분 곁에 있다”면서 “불행하게도 이건 우리의 삶을 지배한다. 그렇지 않나?”라고 비꼬았다. 이어 “나는 코로나19가 남편에게 하는 걸 지켜보면서 95일간 남편 곁에서 울었다. 이건 두려워해야 할 무언가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서 그런 말은 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게시물에는 20만개 넘는 공감 표시가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셸 오바마 여사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인을 위험에 내몰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오바마 여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유행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그가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를 무시하고 대유행 기간 내내 대규모 선거유세를 하겠다고 주장함으로써 지지자들을 위험한 바이러스에 노출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내 발병) 7개월이 지난 지금도 코로나19에 대한 계획이 없고, 마스크를 쓰지 않을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부추기고 있다”며 “대유행이 실제 위협이 아닌 것처럼 행동함으로써 미국인을 ‘가스라이트’(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조작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로 현재까지 21만명이 사망하고 약 750만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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