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산 없으면 불복 선언 후 대법원에 무효소송 낼 듯
미국 대통령 선거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비난하는 ‘폭풍 트윗’을 올렸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간다 싶으면 우편투표 등의 문제점을 들어 대선 결과 승복을 거부한 채 사안을 연방대법원으로 가져가려 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를 보면 바이든 후보를 사납게 공격하는 글이 연달아 게재돼 있다. 그는 먼저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는 미국인들을 향해 “바이든에게 표를 던지면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망할 것”이라고 외쳤다. 한때 미국에서 자동차 산업이 가장 번성했던 미시간주(州)의 퇴락을 거론하며 “바이든이 미시간주를 중국에 팔아넘겼다”고도 했다.
바이든을 “부패한 정치꾼(corrupt politician)”이라고 규정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이야말로 미국의 고혈을 다 빨아 자기 배만 채운 정치 특권층의 전형적 인물”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난민, 특히 이슬람 국가에서 미국으로 오는 난민을 들어 미국인들의 불안감을 자극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면 미국 내 난민 수가 700% 증가할 것”이라며 “미시간주, 미네소타주, 위스콘신주를 비롯한 미국 중서부 일대가 온통 거대한 난민 캠프로 뒤덮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족을 급진적인 이슬람 테러리스트로부터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프랑스에서 일어난 참수 등 끔찍한 테러를 떠올리게 하면서 난민에 대한 미국인들의 막연한 두려움을 부추긴 것이다.
바이든 후보는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내고 역시 흑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를 ‘러닝메이트’로 맞아들여 흑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보다 인기가 훨씬 더 좋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세번째 트윗에선 “바이든은 (상원의원으로 활동한 기간을 포함한) 지난 47년간 흑인들을 공격하고 감옥에 보내고 배신해왔다”고 꼬집었다.
바이든이 상원의원 시절 주도한 형사사법 개혁 이후 되레 더 많은 흑인들이 범죄 혐의로 붙잡혀 고된 징역형 등을 살았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흑인들의 표를 원한다”고 간절히 호소했다.
이번 대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는 상당수 유권자가 사전 우편투표 형식으로 한 표를 행사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는 중간에 표 바꿔치기 등 부정이 저질러질 수 있어 위험하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왔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승산이 없다 싶으면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연방대법원에 무효 소송을 제기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을 겨냥해 줄곧 “대선과 관련해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압박을 가하는 중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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