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네이버 채널 통해 작품 4편 공개
‘위키드’ 등 대작 뮤지컬도 관객 기다려
문화재청·박물관, 온라인 콘텐츠 풍성
설 명절 분위기에 어울리는 공연은 국립무용단이 11∼13일 서울 남산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펼치는 ‘새날’ 공연이다. 국립무용단이 자랑하는 레퍼토리와 신작을 합쳐 총 7개 소품을 선보인다. 시작은 의식무 ‘액막이’. 정월 초하루에 지내는 의례의 형식을 차용해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세시풍속을 춤으로 표현한다. 묵은해 액운을 멀리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여 한해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기 위한 액막이굿이다. 역병을 극복하고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기원하는 의식무이기도 하다. 왕무당의 독무부터 화려한 군무까지 신비로운 음악이 어우러져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이어지는 ‘태’ 등 3편의 춤은 전통 악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접목해 우리 춤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공연 후반부는 한국인의 흥 넘치는 놀이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구성된다. 소고의 명쾌한 겹가락에 힘찬 안무가 더해진 ‘평채소고춤’(안무 정관영), 풍류를 아는 선비들이 고고한 자태와 품위를 마음껏 뽐내는 ‘한량’(안무 황용천)이 이어진다. 대표적인 남성 춤으로 선비의 의연한 기품과 내면의 자유로움을 담고 있다. 절제된 춤사위로 정중동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선비의 고고한 자태와 품위를 바탕으로 인생무상을 풀어내는 ‘한량’은 무대 위에서 푸른 소나무의 변하지 않는 강직함을 형상화한다. 거문고의 깊은 선율에 대금·아쟁 등의 악기가 더해져 완성도를 높였다.
‘새날’의 대미는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손인영과 훈련장 정길만이 공동 안무한 ‘윷치기놀이’가 장식한다. 윷놀이는 정월 초하루에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놀이다. 윷놀이 광경을 희화화해 춤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소리·춤·놀이를 접목해 승자와 패자가 뒤바뀌는 과정을 웃음으로 만들었다.
국립국악원에선 그동안 고이 간직했던 작품을 온라인에 선보인다. 11일부터 14일까지 오후 3시 국립국악원 유튜브 채널과 네이버 채널을 통해 11일 ‘동궁?세자의 하루’, 12일 ‘꼭두 이야기’, 13일 ‘1828 연경당’, 14일 ‘종묘제례악-한불수교 130주년 프랑스 샤이오극장 개막작’을 공개한다. 네 편 모두 관객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던 국립국악원 대표 공연 작품인데 저작권 및 작품 유통 계획 등에 따라 온라인 공개를 미뤘던 작품이다. 이 중 기대작은 ‘꼭두 이야기’. 2017년 초연한 국립국악원 대표 공연 ‘꼭두’를 영화로 만들었다. 김태용 감독 연출과 방준석 감독 음악, 국립국악원의 연주가 더해져 큰 호평을 받았다.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 2019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와 뉴욕아시안영화제에 초청돼 국내외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할머니의 꽃신을 찾으러 떠난 어린 남매가 저승세계로 빠져 4명의 꼭두와 함께 꽃신을 찾는 이야기다. 김수안, 최고 배우가 남매 역을, 조희봉, 심재현 배우와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이하경, 박상주 단원이 꼭두 역을 맡았다. 영화제 상영 외 단독 상영으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일부터 다시 활기를 찾은 공연계에선 대작 뮤지컬이 관객을 기다린다. 2월 개막작은 ‘위키드’와 ‘맨 오브 라만차’. ‘맨 오브 라만차’는 작곡가 미치 리, 작사가 조 대리언, 극작가 데일 와서맨이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재구성해 1965년 초연한 작품이다. 이외에 ‘고스트’, ‘몬테크리스토’, ‘젠틀맨스 가이드’, ‘호프’, ‘그날들’ 등이 공연된다.
명절 연휴에 빠질 수 없는 게 고궁, 박물관 나들이다. 가족이 편하고, 저렴하게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가족 단위의 관람객을 맞기 위한 갖가지 공연, 놀이, 체험 등이 어느 때보다 풍성하다. 하지만 모임을 피해야 하는 이번 설 연휴에는 사정이 다르다. 대신 각 기관은 설 연휴에 맞춰 명절 기분을 낼 수 있는 온라인 콘텐츠를 준비했다. 나들이가 부담스러운 요즘, 알찬 설 연휴를 보내기 위한 한 방편으로 활용해 보자.
문화재청은 ‘문화유산 K-ASMR’의 하나로 설날 당일인 12일 메밀에 얽힌 우리 전통문화를 다룬 ‘메밀꽃 필 무렵’을 문화유산채널 누리집, 유튜브에서 공개한다. 강원도 정선의 한 마을에서 메밀국수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담았다. 정선아리랑(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김남기 예능보유자의 소리, 메밀꽃이 흐드러진 풍경, 마을 공동체 정신도 흠뻑 느낄 수 있다.
문화재청은 ‘메밀꽃 필 무렵’ 외 문화유산 K-ASMR 콘텐츠를 매월 선보일 예정이다. ‘제다, 차 만들기’(3월 5일), ‘옹기장’(4월 2일), ‘장 담그기’(5월 7일), ‘나전장’(6월 4일)을 매월 공개한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설날 세시 풍속의 유래와 의미에 대해 알아보는 전문가 대담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또 전통 민속공연을 박물관 유튜브와 영상채널을 통해 보여준다. 11일에는 마을과 가정의 안녕을 비는 지신밟기와 신명나는 경기남부 광명농악의 판굿을 볼 수 있는 ‘설맞이 광명농악 판굿’을 즐길 수 있다. 12일에는 우리 민요와 소리를 현대적인 감성에 맞게 재해석한 공연인 ‘절대가인의 설 흥겨운 歌(가)’를 선보인다.
박성준·강구열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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