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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러포즈용 반지·빨간 사과… 어머, 디저트 맞아? [김새봄의 먹킷리스트]

입력 : 2021-03-20 12:00:00 수정 : 2021-03-19 21:5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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쵸이닷 대표 메뉴 ‘빨간 보석함’
달콤&향긋… 맛도 모양도 감탄

프티 사이즈 사과 포갠 디저트
홍차와 먹으면 행복감 사르르

대구 ‘커피명가’의 수제 케이크
보들보들 크림 속에 층층이 딸기

동서양 장점 만난 ‘쌀크림비스킷’
바나나 식초 겔로 딸기 산미 돋워
만물이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는 3월. 따뜻한 날씨가 점점 고개를 내밀면서 왠지 흥이 나고 입맛도 살아나는 느낌이다. 실제로 각종 먹거리와 함께 맛있고 예쁜 디저트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다. 김새봄의 다섯 번째 먹킷리스트는 매력적인 ‘빨간맛’ 디저트다.

 

#여심 제대로 저격하는 빨간 보석함

 

여심저격 요리의 대명사인 최현석 셰프. 그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인 ‘쵸이닷(Choi.)’은 무엇보다 시선을 강탈하는 화려한 비주얼의 요리 구성으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에 등장하는 디저트는 수많은 메인 메뉴들을 제치고 쵸이닷의 대표 메뉴로 자리 잡을 정도로 인기가 상당하다. 쵸이닷을 ‘프러포즈 맛집’으로 내세울 만큼 큰 인기다. 빨간맛의 주인공은 프러포즈용 반지와 케이스를 그대로 본뜬 디저트.

 

“이거 먹어도 돼요?” 이는 손님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라고 한다. 빨간 반지케이스는 그저 담는 용도가 아니고 초코쿠키다. 보통 내부의 화이트 쿠션은 하얗고 달콤한 화이트초콜릿 맛이겠거니 예상하고 자연스럽게 한입 먹는다. 하지만 막상 입안에 들어오는 맛은 진하고 달콤한 베리무스다. 베리무스 위에 화이트초콜릿을 분사해서 감쪽같이 덮은 것. 케이스의 금장식 역시 초콜릿이다. 왠지 먹으면 안 될 것 같이 생긴 반지 역시 먹는 것이었다. 링은 설탕을 굳혀서 만들어 바사삭 부서지고 다이아는 일본에서 유명한 보석젤리, ‘코하쿠토(호박당)’를 이용해 말캉하다. 실제로 프러포즈를 하려고 디저트 반지 대신 진짜 반지를 넣어서 선물하는 손님들도 있다고.

#오브제 같은 예술적인 빨간 사과

 

봄이 오면 괜스레 애프터눈티가 시도 때도 없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따사로워진 오후의 햇살을 달콤한 디저트, 따뜻한 차와 함께 만끽하는 느낌이 끝내주기 때문이다. 애프터눈티세트는 호텔마다 당연하게 갖추고 있는 메뉴지만 인천 파라다이스시티호텔 애프터눈티는 조금 더 감각적이다. 등장부터 3단 트레이의 화려한 비주얼을 누르고 눈길을 한 몸에 끄는 사과 무스다. 아트테인먼트(Art tainment) 호텔을 표방하는 곳인 만큼 디저트에서도 오브제 작품의 느낌을 살렸다. 트레이 꼭대기에 자리한 3단 딸기 무스의 예쁜 아우라를 누르고 오히려 주인공 같은 포스를 풍긴다. 포크를 갖다 대기에도 겁날 만큼 새빨갛고 치명적인 사과 두 알. 꽃사과로 불리는 프티 사이즈의 사과를 사이좋게 포갠 모습이다. 사과 밑에는 초코와 베이직 크럼블을 흩뿌려 사과밭에 사과가 떨어진 광경을 연상시킨다.

 

경건한 셔터 세례를 평상시의 두세 배 퍼붓고 나서 조심스럽게 무스를 자르니 포크에 뭐가 걸린다. 잘라 보니 무스 안에 사과 큐브가 야무지게 잔뜩 들어 있다. 달콤하게 졸인 사과는 기분 좋은 시나몬 향이 솔솔 피어오르고, 사각사각 예쁜 식감과 맛을 선사한다. 밭에 굴러 떨어진 듯, 커팅과 동시에 자연스레 크럼블과 뒤섞이는 빨갛고 하얀 사과무스는 오독, 짭짤, 달콤, 부드럽기까지 한 복합적인 맛과 재미난 식감에 자꾸만 손이 간다. 세트로 나오는 향기로운 홍차를 마지막에 입에 머금으면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층층이 쌓인 빨간맛의 별명은 ‘인생케이크’

 

카페의 도시로 불리는 대구. 여름은 유독 덥고 겨울은 더 추운 분지 지형의 특성 때문일까. 서울의 각종 식당만큼이나 발달한 대구의 카페들은 자연스레 디저트의 발달로 이어졌다. 이 중에서도 1990년 문을 연 대구의 토종 커피브랜드 ‘커피명가’는 대구 시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곳이다. 이화여대 앞에 스타벅스 1호점이 처음 생긴 것이 1999년임을 생각해보면 카페 브랜드들 중에서도 노포 격에 속한다. 커피명가의 ‘수제 딸기케이크’는 제철 딸기를 인근 거창에서 들여와 봄까지만 판다. 하늘을 찌르는 인기 덕에 새벽부터 분주하게 만들어진다. 처음 이곳의 딸기케이크를 먹은 이들은 대부분 놀람과 충격 속에서 ‘인생케이크’라는 별명을 붙인다. 백지같이 하얀 케이크에 강렬한 포스를 풍기며 자리한 빨간빛의 제철 딸기. 보들보들 촉촉한 빵 안에는 가지런히 쌓인, 분산된 ‘빨간맛’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층마다 빼곡히 메운 딸기덕에 케이크는 받아드는 순간부터 자를 때까지 기분 좋게 묵직하다. 하지만 한입 맛보는 순간 부드러운 크림 속에서 노니는 딸기의 향긋함과 상큼함에 기분만큼은 하늘을 찌를 듯 가벼워진다.

#동서양의 장점이 만난 우아한 빨간맛

 

한식 파인다이닝 권숙수가 최근 오픈한 한식 디저트숍 ‘리프레시먼트’. 베이커리가 유명한 곳으로 정평이 나 있는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5년 넘게 근무한 셰프가 영입돼 전 메뉴를 개발했다. 떡이나 한과 외에 정통성 있는 한식 디저트들이 많지만, ‘고조리서’에서 미처 발견되지 못해 사라진 디저트들을 연구하고 대중화시키는 것이 콘셉트이자 목표라고 한다. 우아한 한복 치마 같은 붉은 빛으로 시선을 끄는 ‘쌀크림비스킷’은 이름은 비스킷이지만 딸기타르트, 혹은 딸기 아이스크림의 모습이다. 말린 장미 가니시가 곳곳에서 운치 있게 여백의 미를 살리고 있다. 비스킷을 가득 에워싼 딸기 슬라이스 위에는 글레이즈처럼 보이는 투명 겔이 딸기를 보호하고 있는데 이는 설탕으로 만든 일반 타르트용 글레이즈가 아닌, 직접 만든 바나나식초로 만든 겔이다. 글레이즈에는 설탕이 과도하게 들어가 딸기 본연의 맛을 살리기 힘들어 개발한 방식이라고 한다.

식초를 넣었지만 시큼한 맛이 아니고, 정말로 적당히 딸기의 산미를 돋우는 보조자의 역할을 하면서 바나나향의 존재감 또한 내비치고 있었다. 비스킷 몸체 격인 쌀크림은 멥쌀로 만들어 쌀 향기가 은은하게 나고, 또 그 중간에는 부드러운 커스터드 크림으로 달달함과 내실을 채웠다.


김새봄 푸드칼럼니스트 spring5867@naver.com

 

김새봄은 미식, 요리, 맛기행 등 맛에 대한 모든 행위를 사랑하는 탐미(貪味)주의자. 2014년 미스코리아 대전충남미 수상 뒤 TBS에서 6년간 문화부, 경제부 등에서 기자로 일했으나 세상엔 맛집블로그 ‘봄이미식회’ 운영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현재 미스코리아 미식모임 미미회(味美會)를 만들어 한국의 맛과 멋, 분위기를 널리 퍼뜨리고 있으며 대한민국인플루언서협회 음식·여행분야 전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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