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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상화폐 투기 ‘광풍’… 금융시장 혼란 막을 장치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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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19 23:49:44 수정 : 2021-04-19 23:4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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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 사기 등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 6월까지 범정부 차원의 특별단속을 벌인다. 금융위원회는 가상화폐 출금 때 금융회사 모니터링을 강화하도록 하고, 불법 의심 거래의 경우 수사기관·세무당국과 공조하기로 했다. 가상화폐 해외송금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기획재정부는 금융감독원과 협조해 외국환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한 점검을 강화한다. 경찰은 불법행위 유형별로 전담부서를 세분화해 단속을 벌일 계획이다.

정부가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데도 일평균 거래액이 코스피와 코스닥 거래액보다 많을 만큼 가상화폐 광풍이 일자 칼을 빼든 모양새다. 그간의 방관적 자세에서 탈피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것만으로는 투자자 보호에 역부족이다. 현행 가상화폐 관련 법률과 제도는 허점투성이다. 난립한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안전성을 평가해 걸러낼 공식 기준조차 없다. 투자자의 입출금 계좌를 개설해주는 은행이 울며 겨자 먹기로 가상화폐 거래소들에 대한 검증 책임을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이 은행들에게 자체적으로 개별 기준을 마련하라는 건 책임 방기 아닌가.

가상화폐의 위험성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미국 재무부의 돈세탁 조사 루머에 휩싸여 18일 7020만원으로, 이틀 전에 비해 1000만원 이상 폭락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2013년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재미 삼아 만든 가상화폐인 도지코인은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지 2개월도 안 돼 9배 이상 올랐다. 이러니 투자가 아니라 투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가상화폐 허위 공시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는 것이야말로 심각한 결함이다. 공시 규제가 없고 거래소별 방침도 제각각이니 ‘묻지마 투자’가 횡행한다. 가상화폐 거품이 터져 피해자들이 속출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금융시스템 혼란과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 가상화폐 거래소 안전성 평가, 허위 공시 처벌 등에 관한 최소한의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때다. 우리은행이 어제부터 중국에 대한 비대면 송금 월 한도를 1만달러로 제한하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가격이 외국보다 높은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투기성 해외송금을 차단하기 위해선 이런 규제가 불가피하다. 투자자들도 정상적인 화폐도, 금융투자상품도 아닌 가상화폐에 투자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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