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의 세대는 전송속도를 기준으로 나뉜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보낼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종류가 달라지는데, 특히 휴대전화의 기능은 이에 맞춰 강화된다.
‘아날로그’라 불리는 1세대 이동통신은 음성통화만 가능했다. 1984년 국내 상용화 당시 사용자들은 안테나를 길게 뽑아 쓰는 벽돌만 한 크기의 휴대폰을 들고 다녔다.
음성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한 2세대부터 통신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음성통화 외 아직 속도는 빠르지 않더라도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2000년부터 3세대를 맞이했다. 음성, 문자는 물론 무선 인터넷을 통해 양방향통신과 비디오, 음악 등의 다운로드가 가능해졌다.
4세대에 들어서면서 휴대전화로 위성망 연결, 무선 랜 접속, 동영상 전송, 인터넷 방송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서비스 시대가 열렸다. 음성·영상·데이터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4세대의 핵심인 ‘속도’는 멈춰 있을 때 1기가bps, 움직일 땐 100메가bps다. MP3 음악 파일 100곡을 2.4초, 800메가바이트 CD 1장을 6.4초에 받을 수 있다. 영상콘텐츠 활용 시대에 진입한 것이다. 넷플릭스, 유튜브 등 빠른 ‘속도’를 타고 성공한 회사들이 나타났다.
4G LTE만으로도 신분 인증, 모바일 뱅킹, 서류 결재, 쇼핑, 동영상 시청 등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이미 빨라서 오히려 정신없는 세상이 되었는데, 왜 더 빠른 5세대를 구축하려는 걸까.
5G 속도는 4G보다 20~100배나 빠르다. 5세대 이동통신이 4차 산업혁명을 받쳐줄 인프라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한가운데 5G네트워크가 자리하는 것이다.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홀로그램 등을 활용하려면 4G보다 빠른 전송속도를 갖춰야 한다. 15기가바이트의 영화 한 편을 다운로드할 때 500메가bps로는 4분이 걸리지만 20기가bps는 6초면 충분하다. 5G가 대중화되면 초광대역 통신으로 초고속, 초고용량 서비스가 가능해 현실감 있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을뿐더러 대량연결도 가능해진다.
가상현실 헤드셋으로 보는 360도 입체영상을 만들려면 17대의 카메라를 사용해 여러 방향에서 촬영해야 한다. 거의 모든 시각에서 영상을 잡기 때문에 헤드셋을 쓴 사람은 마치 자신이 현장에 있다고 믿게 된다. 실제 관중석에 앉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거나 경기장 한가운데 선 선수의 눈으로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
실물을 대하는 것 같은 입체감의 홀로그램도 엄청난 데이터를 전송해야 하므로 5G가 되어야 별 탈 없이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다.
5G는 통신응답의 지연속도가 1000분의 1초다. 4G의 10분의 1 이하로 줄어든다. 이는 자율 주행 자동차, 로봇 원격제어, 실시간 인터랙티브 게임 등 그야말로 찰나의 반응 속도가 요구되는 곳에 필수다.
5G가 보편화되면 의료계의 원격진료 서비스도 본격적인 활동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보안시스템과 운송시스템, 정밀 생산 등에도 요구된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은 4차 산업혁명의 진행을 가속화하고 있다. 비대면에 따른 사이버 강의가 대표적이다. 학습 보조수단쯤으로 여겨지다가 교육의 ‘뉴노멀’로 자리 잡았다. 온라인 쇼핑 등 이커머스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가 물러갈 때쯤 곧장 ‘더 빠른’ 세상에 들어설 것이다. 긴 역병 탓에 모두가 지쳐 있지만 숨 막히게 빨리 돌아갈 세상, 새로운 시대를 대비할 때다. 가끔은 아날로그 시대를 그리워할지도 모를 일이다.
김신성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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