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난징 임시정부 시절에 김구 선생의 어머니인 곽낙원 여사가 생일을 맞았다. 청년들이 생일잔치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여사의 귀에 들어왔다. 여사는 청년들에게 “내 입맛대로 음식을 사 먹을 테니 돈으로 달라”고 했다. 곽 여사는 그 축하금에 자신의 쌈짓돈을 보태 권총 한 자루를 구입했다. 그런 뒤 청년들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이것으로 왜놈들을 물리쳐라.”
인권운동가 넬슨 만델라는 2011년 세상에서 가장 푸짐한 생일 선물을 받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초등학생 700만명이 93번째 생일을 맞은 전직 대통령에게 축하 노래를 불러준 것이다. 무려 27년을 감옥에서 보내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화합과 포용을 실천한 위인에 대한 찬가였다. 유엔은 그의 생일인 7월18일을 ‘국제 넬슨 만델라 데이’로 지정했다. 만델라의 생일을 맞아 세계 인류가 67분 동안 이웃에 봉사활동을 펼치자는 취지였다. 숫자 67은 그가 인권운동에 헌신한 67년을 상징한다.
역대급 유산을 사회에 남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생전에 매년 특별한 생일 선물을 받았다. 삼성 사장단은 1992년부터 이 회장의 생일에 ‘축 생신’이라고 적힌 봉투를 그에게 내밀었다. 봉투 안에는 임직원들의 이웃돕기 활동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이 회장은 이 선물을 받고 어린아이처럼 환한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이색 생일 선물은 이 회장의 당부로 시작됐다. 1987년 회장 취임 이후 임원들이 자신의 생일에 선물을 보내자 “불우한 이웃을 도운 뒤 그 활동 내용을 적어 생일 선물로 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렇게 시작된 생일 이벤트는 그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2014년까지 23번이나 계속됐다.
미국 사상가 랠프 월도 에머슨은 성공의 정의를 이렇게 내렸다.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 회장은 생전에 물질적으로 가장 성공한 부자였다. 관 뚜껑을 닫고 보니 그는 물질만큼이나 넉넉한 마음 부자였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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