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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판에는 온갖 꼼수와 편법이 난무한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상식과 염치는 내팽개친 채 뻔뻔한 일을 서슴지 않는다. 2000년 민주당·자민련의 ‘의원 꿔주기’는 꼼수 정치의 압권이다. 김대중·김종필(DJP) 공동정부를 구성했는데, 자민련이 그해 총선에서 17석을 얻는 데 그쳐 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명을 채우지 못하자 민주당 의원 3명이 자민련으로 당적을 옮겼다. 자민련 강창희 의원이 “괴뢰 정당” 운운하며 반발하자 JP는 강 의원을 제명한 뒤 민주당에서 한 명을 더 꿔왔다.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과 그 위성정당이 보여준 구태도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는다. 통합당은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의원 20명을 빌려줬다. 민주당도 급조된 더불어시민당에 8명을 파견했다. 현역 의원 숫자를 늘려 투표용지 앞 번호를 차지하기 위해서였다. 비례대표는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기 때문에 ‘셀프 제명’하는 일도 벌어졌다. 동료 의원을 제명하려고 벌어진 의원총회에서 박수를 치며 희희낙락했으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었다.

20대 국회에서는 소속 정당과 실제 활동하는 정당이 다른 의원이 여럿 등장했다.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이 민주평화당 수석 대변인, 대안신당 수석 대변인을 맡기도 했다. 국민의당 소속 비례대표로 당선된 후 이합집산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정당에 속하게 되면서 벌어진 기묘한 줄타기였다.

민주당이 국민권익위 조사 결과 드러난 부동산 투기 의혹 의원 12명을 탈당 권유 혹은 출당 조치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들에 대한 부동산 불법거래 전수조사를 감사원에 의뢰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현행법에 조사 권한이 없다”며 불가입장을 밝혔다. 원내대표부터 율사 출신인 국민의힘이 국회의원에 대한 감사원 조사가 법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시간을 끌며 어물쩍 넘어가려는 꼼수였다. 비난 여론이 쇄도하자 국민의힘은 그제야 투기 전수조사를 권익위에 맡기기로 했다. ‘이준석 돌풍’으로 당 쇄신 바람이 부는 줄 알았는데 국민의힘은 아직 멀었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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