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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대식의경영혁신] 베이조스의 마지막 ‘주주 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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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08 23:03:49 수정 : 2021-07-08 23: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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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최고경영자 자리서 27년만에 물러나
초기 스타트업 정신·독창성 유지 노력 당부

지난 5일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이조스가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 27년간 지켜온 최고경영자의 자리를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앤디 재시에게 물려주고, 베이조스는 일선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을 맡을 계획이다.

1994년 7월 5일 베이조스의 차고에서 시작한 아마존은 2021년 현재 150만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2억명의 아마존 프라임 고객을 보유하고 있으며, 1억개 이상의 알렉사 스마트 스피커를 통해서 고객들과 상시 연결하는 초대형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다.

1997년 5월 아마존닷컴을 상장한 이후부터 베이조스는 매년 주주에게 보내는 CEO 서한을 통해 자신의 경영 비전과 철학, 아마존의 경영전략에 대해 주주들과 소통해 왔다. 1997년 상장 후 첫 번째 주주총회에서 아마존의 첫날(Day 1)을 선언하고, 고객에게 집중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주주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경영원칙을 천명한 바 있다.

지난 20여 년간 주주 서한을 통해 제시된 경영 철학과 가치는 이제 아마존 리더십 원칙으로 불리며 고유한 경영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베이조스가 4월에 보낸 마지막 주주 서한에서는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을까? 먼저 아마존닷컴을 지구상 최고의 고용주, 최고의 안전한 직장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구상 가장 안전한 직장 환경으로 만들고, 임금·후생·복지·교육 차원에서 조직 구성원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한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사용과 204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고 있다. 최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요구를 반영해 아마존의 고객, 주주, 종업원, 지역사회, 그리고 자연환경을 모두 고려하는 폭넓은 책임과 역할을 경영원칙으로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이 서한에서 베이조스는 ‘차별화가 곧 생존이다’라고 선언하고 모든 아마존 직원이 가슴속 깊이 명심해 주기를 당부하고 있다. 미래 아마존의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건을 평범을 거부한 차별화로 제시한 것이다.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로 잘 알려진 리처드 도킨스에 의하면 생명체는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서 주위 환경과는 차별된 온도·수분·산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며, 이러한 노력이 중단돼 환경과 같은 수준이 되면 생명체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고 한다. 유사하게 기업은 생존을 위해서 시장환경 속에 반드시 차별화해 고유의 독창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며, 이러한 노력이 부족하면 평범한 존재로 정체돼 쇠퇴하게 될 것이라고 베이조스는 조언한다.

베이조스가 말하는 차별화와 독창성은 지난 24년간 그가 주주 서한에서 언급했던 ‘첫날’ 정신과 상통한다. 아마존 상장 첫날과 같이 고객에 대한 집중을 유지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해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존이 대기업의 역량과 자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창업 초기 스타트업의 정신과 열정, 민첩성을 동시에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세계 최고의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첫날’ 정신과 독창성을 잃어버리면, 기업은 정체되고 결국 쇠퇴해 죽게 된다는 베이조스의 엄중한 경고는 우리나라 대기업에도 큰 울림이 있는 조언이다.


허대식 연세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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