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시험 오류로 탈락한 117명… 법원 “불합격 취소하라”

재판부 "정답 없는 출제오류… 합격 기준 충족"

출제오류 논란이 일었던 제30회 공인중개사 1차 시험과 관련, 법원이 출제오류를 인정하고 해당 문제 때문에 1차 시험에 불합격한 응시자들의 불합격을 취소하라고 판단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는 최근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 A씨 등 117명이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라”며 한국산업인력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을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 등은 2019년 10월 열린 제30회 공인중개사 1차 시험에 응시했는데, 1차 시험은 ‘민법 및 민사특별법’ 과목과 ‘부동산학개론’ 과목으로 나뉜다. 논란이 된 문제는 부동산학개론의 11번 문제. 해당 문제는 ‘부동산에 관한 수요와 공급의 가격탄력성 설명으로 틀린 것은?’이라는 객관식으로,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완전탄력적일 때 수요가 증가할 경우 균형가격은 변하지 않는다’는 1번 문항을 정답으로 봤다.

하지만 A씨 등은 1번 문항은 틀린 게 아니라 맞는 답안이라며 “응시자 전부 정답으로 처리하고 불합격 처분도 취소해야 한다”며 소를 제기했다.

법원은 전문가들의 의견 등을 취합한 뒤, 해당 문제에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한 서울대 교수는 이 문제의 1번 지문이 맞는 설명이라는 의견을 제시했고, 같은 학교의 다른 교수도 2009년 한 학부생의 질문에 같은 취지로 답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전문가들 의견을 종합할 때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완전탄력적일 경우 수요곡선이 우측으로 이동하더라도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며 “1번 지문이 옳다고 볼 수 있는 내용과 정도가 2~5번 지문과 비교해 현저히 뒤떨어진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 문제는 ‘정답 없음’으로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 문제를 ‘정답 없음’으로 처리하면 원고들의 점수는 합격 기준을 충족하게 돼 불합격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해야 한다”고 했다.

이희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