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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에 소환된 박정희… 중도 확장일까 자충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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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22 06:00:00 수정 : 2021-07-22 10:3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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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박정희’ 활용법
이재명·이낙연은 네거티브 수단
당 지도부는 외연 확장 손 내밀기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새 대표가 지난 5월 3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고 박정희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005년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은 개봉 전부터 논란이 됐다. 10·26 사태를 ‘블랙 코미디’로 다룬 탓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아들 박지만씨는 상영금지가처분 신청까지 냈다. 반면 지난해 같은 주제를 다룬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별다른 법적 다툼이 없었다. 도리어 관객 475만여명을 끌어모으며 코로나19 시국에도 흥행에 성공했다. 이제 박 전 대통령은 정치가 아닌 학술 혹은 예술의 영역에 속했다는 평가가 나온 배경이다. 


하지만 내년 대선을 7개월여 앞두고 ‘박정희’가 다시 정치권에서 부활했다. 그것도 국민의힘이 아닌 더불어민주당에서다. 

 

최근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한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간 네거티브 공방에 박 전 대통령이 소환됐다. 양측 난타전이 격화되면서 이 지사 측은 이낙연 전 대표의 7년 전 발언까지 가져와 견제에 나섰다. 

 

이경 이재명 경기지사 캠프 부대변인은 20일 논평을 통해 이 전 대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위대한 지도자’로 찬양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를 존중해야 한다는 긍정적인 뜻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위대한 지도자’로 찬양한 것은 사실”이라며 “과거 본인이 했던 말조차도 없던 일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전남지사 재임 시절인 2014년 11월 월례 조회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은 위대한 지도자”라며 “두 분의 철학은 시대에 따라 변형은 있겠지만, 철학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두 분의 철학이) 때로는 상승효과를 보여 (대한민국이) 이렇게까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 측은 김 전 대통령 부분을 언급하지 않은 채 “박 전 대통령은 ‘위대한 지도자’”라는 발언만 부각한 셈이다. 오영훈 이낙연 캠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밤 “찬양이라고 주장하고 후보를 비방하는 것이야말로 이재명 캠프의 견강부회식 왜곡 해석”이라며 반박하기도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왼쪽),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 ‘빅2’ 주자들이 박정희를 난타전 도구로 활용한다면, 여당 지도부는 중도층 끌어안기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앞서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당 반도체기술특위 회의에서 “오늘은 경부고속도로 개통일”이라며 “박정희 대통령 때 야당이 반대했지만 고속도로를 개통하고 제철소를 만든 것은 국가 발전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신임 민주당 대표가 박 전 대통령을 기리는 발언이나 행위를 한 것은 취임 초 현충원 참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송 대표는 취임 이후 역사관이라는 예민한 주제까지 건드렸다. ‘친문만 바라보면 대선 필패’란 계산이 배경이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정희’ 호평에 앞서 송 대표는 강성 당원들을 향해 ‘대깨문’(문재인 대통령의 강성 지지자들을 가리키는 말)이라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지난달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송 대표는 “대깨문이라 떠드는 사람들이 누가 되면 차라리 야당을 찍겠다하는 안이한 생각을 하는 순간, 문재인 대통령을 지킬 수도 없고 제대로 성공시킬 수도 없다는 것을 분명히 깨달아야 된다”고 말했다. ‘조국 사태’ 대국민 사과 뒤 나온 발언이었던 탓에 송 대표도 적잖은 문자 폭탄에 시달렸다는 후문이다. 그런데도 송 대표는 ‘박정희 재평가’를 꺼내 들며 연이어 ‘금기’를 깼다.

 

전략통으로 분류되는 재선 민주당 의원은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송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공과를 명확히 구분해 말하며 외연 확장을 시도한다”며 “중도 진영은 대체로 박 전 대통령의 공과를 모두 보자는 입장이다. 추후 본선에서 민주당 후보들도 역사관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면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이야기해야 중도 공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여당 내 박정희 소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산업화라는 빛과 독재라는 그림자를 모두 가진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민주당 지지층이나 중도층 모두 공감대를 이뤄 별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맞붙은 대선에서나 박정희 전 대통령 평가가 변수였다”면서 “이번 대선에서는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현우 기자 wit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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