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황정미칼럼] 이재명정부의 ‘책임 정치’

관련이슈 황정미 칼럼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5-06-30 22:49:11 수정 : 2025-06-30 22:49:10

인쇄 메일 url 공유 - +

단임 대통령 실패 막으려면
권력 분산하고 책임 나눠야
용산 주도 ‘차관 정치’ 우려
명실상부 책임내각 세워야

이재명정부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초권력 집중’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의석은 167석, 조국혁신당·진보당 등 범여권 성향을 합치면 190석에 육박한다. 입법부와 행정부 권력에 이어 사법부의 진보 우위 구도도 시간문제다. 최근 이 대통령이 지명한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상환 전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후보자 오영준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각각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대법관 수를 늘리는 법안은 일단 속도 조절에 들어갔으나 ‘사법개혁’ 카드로 언제든지 살아날 수 있다.

헌정사상 드문 거대 권력 현실화에 이 대통령은 ‘책임 정치’로 풀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주어진 권한을 활용해 국정 운영을 책임지고 선거로 그 결과를 평가받으면 된다는 얘기다. 정부 출범 후 민주당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도 대통령은 ‘국민을 위한 책임감’ ‘국정 운영의 책임’을 강조했다. 발목 잡는 야당을 탓하며 계엄령을 선포한 윤석열정부는 극단에 치우쳤지만 여소야대 정국을 겪은 역대 대통령은 누구나 고충을 호소한 게 사실이다.

황정미 주필

대선 참패 후 여전히 혼돈과 무기력에 빠져 있는 국민의힘을 보면 이 대통령으로선 야당 복까지 덤으로 얻었다. 새 정부의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 세력이 없다. 당 대표 경선에 나선 정청래, 박찬대 후보 모두 “검찰, 사법, 언론 개혁을 동시에 전광석화처럼 해치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5년 단임 대통령은 레거시(legacy·정치적 유산)를 남기려고 정권 초기 속도전을 폈다. 노무현정부의 4대 개혁, 이명박정부의 4대강,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문재인정부의 탈원전·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대표적이다. 결과는 우리가 아는 대로다. 정권 교체와 함께 별 흔적 없이 사라졌다.

이 대통령은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를 표방하며 민생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국정 지지율이 64%(한국갤럽)로 비교적 높은 건 정치적 갈등 사안보다 민생 이슈에 무게를 둔 덕분이다. 본인 스스로 퇴임 때 지지율이 더 높기를 희망했다. 역대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으면 된다. 두 번의 현직 대통령 탄핵·파면 후 ‘단임 대통령의 실패’를 막기 위한 담론이 쏟아졌다. 핵심은 권력 분산이었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는 성경(야고보서 1장 15절) 구절처럼 대통령에 쏠린 권력이 부정부패를 낳고 ‘권력의 사유화’는 결국 권력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집권 세력이 개헌 없이 권력을 나누는 방법은 책임총리, 책임장관제 운영이다. 역대 대통령이 공약으로 발표하고 구두로 다짐했으나 한 번도 못 지켰다. 주요 정책은 물론 부처 산하 기관장, 국장급 인사까지 대통령실이 좌지우지했다. 정권마다 대통령 이름은 달라도 ‘청와대 정부’라는 속성은 다르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내각 인선에 현직 의원들을 대거 발탁했다. 의원내각제를 방불케 한다. 역대 정부에서도 의원 출신 각료가 많았지만 ‘책임총리’ ‘책임장관’은 한두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총선이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위한 경력 관리용에 그치거나 관료들에 휘둘린 사례가 더 많다.

‘당·정·대 한 몸’을 만들기 위한 시도라면 대통령실 코드 맞추기나 다름없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보여줬던 일극 체제로는 국민 다수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이 대통령은 그림만 그릴 뿐 실행력 없는 교수 출신은 신뢰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 잘하는 관료들과 국정을 끌고 가겠다는 생각이 강하다는 전언이다. ‘차관 정치’를 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장관이 호명되기 전 차관 인사가 먼저 이뤄지거나 장·차관이 동시 발표됐다.

꿩 잡는 게 매라고 어차피 이재명정부인데 정책 성과만 내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다. 현장의 직업 관료, 이해집단과 소통하고 설득해 국민이 체감할 정책을 만드는 건 총리·장관 몫이다. 대통령실 한 곳을 바라봐야 한다면 관료들은 입을 닫고 정책은 산으로 간다. 문재인정부 초기 당 원내대표와 대통령정책실장이 마이크가 켜진 줄도 모르고 “관료들이 말을 안 듣는다”고 한탄하던 일이 재연될 수 있다. 이재명정부의 책임 정치가 ‘청와대 정부’ 변형이 아니라 책임내각을 의미하는지 두고 볼 일이다.


황정미 주필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베이비몬스터 아현 '반가운 손인사'
  • 베이비몬스터 아현 '반가운 손인사'
  • 엔믹스 규진 '시크한 매력'
  • 나나 '매력적인 눈빛'
  • 박보영 '상큼 발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