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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리 아이들의 생명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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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30 22:47:57 수정 : 2025-06-30 22:4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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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학생 정서·행동특성검사 결과 초중고교에서 1만7667명이 자살위험군으로 분류되었다. 그중 자살을 시도한 학생은 전년 대비 7명 늘어난 221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13년째 ‘자살’이다.

정부는 자살 예방을 위하여 새 판을 짜야 한다. 대부분의 청소년 자살자는 우울증 등의 정서적인 문제가 있지만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슬픔, 혼란, 분노에 차 있고, 주의집중문제와 과잉행동을 보일 수도 있다. 학습도 잘 안 된다. 청소년의 자살 시도는 스트레스, 자신감 결여, 성공에 대한 압박, 경제적인 문제, 가족의 죽음 등과 연관이 있고, 자살을 자신의 문제 해결 방법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울증과 자살 생각은 치료할 수 있는 정서적 문제이다. 아이들은 “내가 죽었으면 좋겠어, 나는 더 이상 엄마에게 부담이 안 될 거야” 식으로 말하거나 다음과 같은 자살 경고 신호를 보인다. 식욕, 수면 습관의 변화, 자주 슬퍼함, 친구, 가족, 일상 활동을 피함. 신체 증상(복통, 두통, 피로 등)을 자주 호소함, 학교 성적 저하, 죽음과 죽는 것에 집착함 등을 보인다.

홍승봉 대한우울자살예방학회 회장 성균관대 의대 명예교수

자살을 생각하는 청소년은 미래를 계획하거나 말하지 않는다. 이때에는 “너 슬프거나 우울하니? 극단적인 생각을 하거나 했었니?”라고 꼭 물어보고 힘든 점을 들어주어야 한다. 이 한마디 질문과 문제에 대한 경청이 아이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부모들은 꼭 기억하라.

정부는 모든 의사를 배제하고 대국민 자살예방교육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부모와 형제, 친구, 직장 동료들이 자살 예방에 앞장서야 한다. 엊그제 세상을 떠난 학생들은 그렇게 괴로워도 정신과를 찾지 않았다. 자살은 한 번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예방이 필수적이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자살 경고 신호를 교육하여 서로 지켜주게 하고 수시로 심리평가를 하라. 심리평가척도(PHQ-9)는 5분도 안 걸린다. 100명 중 위험한 1명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는 전국 초중고 학생들에게 심리평가 앱을 배포하고 휴대전화로 스스로 시행하게 하라. 심리평가 앱은 자동으로 위험한 심리 상태를 찾아준다. 심한 정신적, 감정적 고통을 겪을 때 자살의 위험이 커진다. 탈출구가 없어 보일 때 더욱 위험하다. 심리평가 앱은 탈출구의 하나로 작동하여 스스로 평가하면서 뒤를 돌아보고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학교 각 반에 조를 짜서 서로 걱정, 불안 등을 말하고 듣는 기회를 마련하라. 부모들도 성적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서 건강하고 사려 깊은 아이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교육부는 방과 후 과외를 법적으로 제한해서라도 학생들이 자유 시간을 충분히 갖도록 만들어라. 학원 강사들의 수입보다 학생들의 건강과 생명이 더욱더 소중하다. 주변 소아청소년과, 가정의학과, 내과, 산부인과, 신경과 의원들을 이용하여서 주기적으로 건강과 심리 상태를 평가하고 토의하는 소통의 장을 학교에 마련하라.

지역 의사들이 자살 예방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우울증이 중하고 정신병 증상을 보일 때는 정신과 진료를 연계한다. 처음부터 정신과에 가라고 하면 10명 중 9명은 안 간다. 학생과 부모는 일희일비하지 말고 의연하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어른들은 돈과 명예욕을 줄이고, 우리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 경쟁을 부추기는 학원들과 이를 방치하는 정부 모두 책임이 중대하다.

 

홍승봉 대한우울자살예방학회 회장 성균관대 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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