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이 도쿄올림픽 양궁3관왕 안산 선수(20·광주여대)를 둘러싼 ‘페미 논란’에 대해 “논란의 핵심은 ‘남혐 용어 사용”이라고 주장하면서 정치권에서 관련한 논란이 지속하고 있다.
양 대변인은 해당 발언이 정치권에서 공격받자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올려 “어떻게 제 글이 ‘잘못은 안 선수에게 있다’라고 읽히나”라며 “고의로 보고 싶은 것만 보시면 곤란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안 선수에 대한 비이성적 공격에 반대하고 함께 싸우겠다고 해왔다”면서 “제가 이야기하는 것은 이 논쟁의 발생에서 ‘쇼트커트’만 취사선택해 ‘여성에 대한 혐오다’라고 치환하는 일부 정치인에 대한 비판”이라고 했다.
앞서 온라인상에서는 안 선수가 쇼트커트 헤어스타일을 하고, 여대를 다닌다는 이유로 페미니스트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일부 누리꾼은 안 선수가 과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웅앵웅’ 과제하기 싫다” “오다 안 본 지 오조오억년”, “얼레벌레” 등 단어를 쓴 점을 거론하며 안 선수가 극단적인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했다. 이 단어는 모두 일부 여초 커뮤니티에서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쓰인다.
이와 관련해 양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안 선수를 언급하며 “이 논란의 핵심은 ‘남혐 용어 사용’에 있고, 레디컬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에 있다”며 “이걸 여성 전체에 대한 공격이나 여혐(여성혐오)으로 치환하는 것은 그동안 레디컬 페미니스트들이 재미 봐왔던 ‘성역화’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사례를 들며 “공적 영역에서 ‘일베’다운 발언을 한다면, 비판과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과거 다른 공인들은 ‘일베하지 않았느냐’는 의심에 직접 해명까지 해야 했다”라며 “이걸 누구도 남성 혐오라고 하지 않는다. 그냥 이상한 사상이 공적 영역에서 비판받는 정상적인 과정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양 대변인은 “굳이 이런 사적 영역(안산 선수의 인스타그램)에서의 표현 사용까지 문제 삼아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개인 SNS에서 ‘이기야’를 쓰건, ‘웅앵웅’을 쓰건 그냥 ‘이상한 사람이다’ 생각하고 피하면 그만일 일”이라고도 했다.
양 대변인의 주장은 안 선수를 향한 ‘페미니스트’ 공격을 두고 ‘여성혐오’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에 대한 반박으로 보인다. 양 대변인은 “이 적대감, 증오를 만든 건 레디컬 페미니즘이 성 평등인 줄 착각하고 무비판 수용했던 정치권”이라며 “신나서 갈고리를 거는 일부 정치인은 정말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안 선수가 ‘남혐 단어’를 써서 그렇다는 말로 폭력의 원인을 선수에게 돌리고 있다”며 “양 대변인의 이번 사건에 대한 인식이 아주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양 대변인의 글에서는 ‘남혐 단어’를 쓴다면 이런 식의 공격도 괜찮다는 뉘앙스가 풍긴다”며 “1950년대 미국 정치를 엉망으로 만든 매카시즘의 공산주의자 몰이와 너무 닮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운영되는 공당의 젊은 대변인의 글에서 매카시즘의 향기가 느껴지는 현실이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날을 세웠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그러니까 애초 잘못은 안 선수에게 있다는 얘기인가”라며 “이준석표 토론배틀로 뽑힌 대변인이 대형사고를 쳤다. 이게 공당의 대변인 입에서 나올 소리인가”라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여성혐오를 정치적 자양분으로 삼는 자들은 적어도 공적 영역에선 퇴출당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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