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2% ‘진학’·30% ‘미취업’
2017년 취업률 50%로 올랐지만
이듬해부터 44.9·34.8%로 ‘뚝뚝’
정부, 2022년 60% 목표 방침 수립
진학자 빼고 취업률 산출 ‘반쪽’
학생 “실습·자격증 비용 지원을”

부산의 한 직업계고에서 아동복지보육을 전공하는 A양은 전공 관련 기관에 취업할 때 필요한 자격증 시험 응시료 부담이 만만찮아 걱정이다. A양은 “응시생이 작품 하나하나를 파일에 일일이 꼽아 제출하는 종이접기 자격증 시험만 해도 한번 보려면 11만원이나 내야 한다”며 “자격증 시험을 부담없이 볼 수 있도록 응시료 비용을 낮춰주거나 정부가 어느 정도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특성화고에 재학 중인 B군은 코로나19 여파로 등교를 하지 못하면서 실습을 제대로 못하는 고충이 컸다. B군은 실습 장비와 공간이 충분한 학교에 가지 못하자 납땜기를 집으로 가져와 연습해야 했다. B군은 “창문을 열어놓고 해도 납땜 과정에서 연기가 많이 나 건강이 나빠질까 걱정”이라며 “일부 도구는 학교에서 지원해 주지 않아 사비로 구매해야 해 부담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하락세인 특성화고 등 직업계고 학생들의 취업률을 2022년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실질적인 지원책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코로나19 장기화에다 취업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고졸 취업에 대한 정부 관심이나 대책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해 8만9998명의 직업계고 학생 중 2만4938명(27.7%)이 일자리를 구했고, 3만8215명(42.5%)은 진학을 선택했다. 군입대 등을 포함한 미취업자는 2만6845명(29.8%)이었다. 2011년 25.9%였던 직업계고 졸업생의 취업률은 꾸준히 상승하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 50.6%로 정점을 찍은 뒤 빠르게 내리막길을 걸었다. 급기야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지난해는 사실상 2011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반면 직업계고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은 32.5%(2017년)에서 42.5%(2020년)로 10%포인트 이상 늘었다. 마땅한 고졸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학생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직업계고 중 특히 특성화고 쪽 상황이 심각하다. 지난해 마이스터고 졸업생의 진학률은 5.2%에 불과했지만 특성화고는 44.3%에 달했다. 특정 분야의 전문인 양성을 위해 설립된 특성화고의 설립 취지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취업하려는 학생들도 좁은 취업문에 스펙 쌓기 경쟁으로 힘겨워하고 있다. 대구의 한 특성화고 3학년 C양은 “취업시장에서 경쟁력을 위해 자격증을 따면서 스펙을 쌓았지만 시험을 볼 때마다 3만~5만원의 비용을 치렀다”며 “그 돈을 부모님께 받아쓰기 어려운 학생들은 좌절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2019년 직업계고 학생들의 취업률 확대를 위해 국가직 공무원 채용에서 고졸인재 비중을 20%까지 늘리고 지방직 공무원의 기술계고 졸업생 기준을 2022년까지 30%로 높이기로 했다. 그러면서 2022년 직업계고 학생들의 취업률을 60%까지 올리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정부의 취업률 산출 기준은 ‘진학자와 입대자 등을 제외한 가운데 일자리를 구한 학생’이다. 이 기준을 적용한 지난해 취업률은 50.7%(4만9228명 중 2만4938명)다. 바꿔 말하면 직업계고 학생들의 진학률이 높아질 경우 취업률이 상승하는 셈이어서 진정한 의미의 취업률 제고 방안이라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고졸채용 확대 방침을 두고 현장에서도 회의적이다. 임정은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사무국장은 “정부의 강력한 조치가 없으면 고졸 채용확대는 제자리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추경으로 확보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물론 학생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실습하고, 졸업 후에도 정부의 지원이 끊기지 않도록 고용노동부, 국토부 등 다양한 관계부처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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