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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코르셋 운동은 강요? 비판과 반론들 [끝간사람]

입력 : 2021-10-22 19:38:10 수정 : 2021-10-22 19:3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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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셜리 “탈코르셋 강요보다 코르셋 강요가 흔해”
리나의 일상 “강요를 안 해도 탈코르셋 운동은 가치 없어”

 

‘탈코르셋’ 운동가들은 화장한 얼굴과 긴 머리, 치마 등으로 대표되는 ‘여성스러운 꾸밈’은 모두 사회·문화적으로 규정된 일종의 ‘강요’라고 바라봅니다.

 

이러한 사회적 관습을 ‘다같이’ 거부해 무너뜨리자는 게 탈코르셋 운동인데, 이에 따르지 않는 여성도 적잖습니다. 주체적으로 꾸미고 있는 자신을 ‘여성인권 신장에 역행하는 이’로 치부하며 억압하지 말라는 게 이런 반발의 골자입니다.

 

보통 짧은 머리를 하고 치마를 거부한 채 바지 등을 즐겨 입는 탈코르셋 운동가들이 ‘여성성’을 나쁜 관습으로 치부한 결과 ‘남성성을 좇게 됐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탈코르셋 운동가들을 겨냥한 온라인상 조롱을 넘어 이 현상을 다룬 논문이나 칼럼에서 이 같은 우려가 공통적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이처럼 탈코르셋 찬반 논쟁은 답을 내기 어려운 쟁점을 담고 있습니다.

 

‘여성 개개인이 갖고 있는 미적 기준은 생애 어느 단계에서부터 어느 과정을 거쳐 형성됐느냐’, ‘남성과 다른 여성만의 멋과 아름다움은 무엇이냐’ 등이 대표적으로 풀기 어려운 논제입니다.

 

탈코르셋 운동을 둘러싼 핵심 쟁점에 대해 지지자인 공연화 대전휴먼라이브러리 대표(유튜브 채널명 ‘페미니스트 셜리’)와 안티 페미니스트를 표방한 유튜버 리나씨는 각기 다른 의견을 내놨습니다.

 

◆공 대표 “탈코르셋 강요보다 코르셋 강요가 더 흔해”

 

-꾸미는 사람을 비난하면서 운동 참여를 강요한다는 게 탈코르셋을 향한 주된 비판이다.

 

공 대표 “여성에게 꾸미는 행위는 살면서 익숙해진 문화 중 하나이고, 예뻐진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기 때문에 꾸밈을 포기하기 힘든 이들도 있다. 그런 이들이 ‘운동을 같이하자’는 권유를 강요나 협박처럼 느꼈던 것 같다. 탈코르셋을 강요하는 일보다 코르셋을 강요하는 게 우리 사회에 훨씬 더 흔하다. 예를 들어 백화점 1층에만 가도 전부 화장품 가게들 뿐이지 않은가. 여성이 탈코르셋 강요를 많이 받고 있는지, 아니면 ‘살을 빼라’, ‘화장을 많이 하라’는 강요를 더 많이 겪고 있는지는 다들 답을 알 거라 본다.”

 

-여성성을 나쁜 것으로 치부하고 남자의 모습을 흉내내는 셈이라는 비판도 있다.

 

공 대표 “여성성이 나쁜 게 아니라 ‘여성이 꾸미는 문화를 여성이 만든 게 맞느냐’는 질문을 먼저 해봐야 한다. 탈코르셋 실천자들이 남자가 되고 싶은 게 아니다. 탈코르셋은 여성이 남성과 사회적으로 동등한 위치에 올라가기 위한 페미니즘 운동이다. 즉 남자만큼의 편안한 일상을 누리자는 의미에서 남성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다닌다고 이해하면 된다.”

 

-여성이 자신을 꾸미고 아름다워지고 싶어 하는 것은 본능적인 측면도 있지 않을까.

 

공 대표 “사람은 누구나 미를 추구하는 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그 기준이 남성과 여성 간 달리 적용되느냐는 게 탈코르셋 운동의 핵심 질문이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 사회는 튼튼하고 건강한 여성을 선호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마르고 가녀리고 창백해보이는 여성을 매력 있다고 보아왔다. ‘본능적으로 여성은 아름다움을 추구한다’고 하기엔 사회적 기준이 생물학적 논리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리나의 일상 “강요를 안 해도 탈코르셋 운동은 가치 없다”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자신을 꾸미는 데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리나 “여자가 원해서, 개인이 원해서 시간과 비용을 쓰는 게 왜 잘못인지 모르겠다. ‘꾸밈비용’, ‘꾸밈노동’이라는 표현부터 잘못됐다. 가령 다른 이보다 자기 건강을 더 챙기는 사람은 영양제를 신경 써서 챙겨먹고 음식도 유기농으로 골라 먹을 것이다. 그 사람들이 ‘내가 이 사회에서 건강하도록 강요당했으니 건강 비용을 책임져라’ 이렇게 얘기할 순 없는 것이다. 피부 관리도 마찬가지다. 본인이 원해서 관리를 받는 이들한테 제3자가 나서서 ‘그건 노동을 하는 거예요’라고 얘기하는 건 도가 지나치다.”

 

- 직장에서도 여자만 화장을 시키거나 안경을 못 쓰게 하는 등 꾸밈의 기준이 더 높은 사례가 있는데.

 

리나 “채용자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서비스업 등 화장을 필요로 하는 직종이 있다. 이런 직종에서 수익 창출을 위해 필요한 수단 중 하나가 ‘직원이 화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면, 사업주에게 어떠한 사업적 이익도 가져다 주지 못하면서 제3자가 용모 단정을 요구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꾸미지 말라고 강요를 하기 때문에 탈코르셋 비판에 나섰다고 했다. 강요를 안 한다면 탈코르셋 운동이 가치가 있다고 보나.

 

리나 “강요를 안 해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탈코르셋 운동을 해도 자신을 가꾸는 여성은 계속 가꿀 것이다. 가꾸고자 하는 건 인간의 유전자에 잠재된 기본 욕구라고 본다. 안티 페미니스트로서 탈코르셋 운동을 단순 비하하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는 사회 운동을 통해 잠재울 수는 없다고 본다.”

 

 

◆탈코르셋 논쟁의 핵심 쟁점들에 소신 밝힌 출연자들

 

‘끝간사람’ 탈코르셋편 3부 영상에서는 논쟁의 핵심 쟁점을 뽑아 출연자에게 전달했습니다.

 

공 대표에게 탈코르셋 비판자의 시각으로, 리나씨에게는 탈코르셋 지지자의 시각에서 각각 질문을 던졌습니다.

 

두 출연자는 각자 소신있는 답변들을 내놨습니다.


글,영상=신성철 기자 s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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