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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21일로 출범 1년을 맞는다. 문재인정부 검찰개혁의 상징이자 여권의 오랜 숙원이던 공수처의 현실은 초라하다 못해 암울하다. 지금까지 24건을 입건했지만 시민단체가 고발하거나 검찰 등 수사기관이 이첩한 사건뿐이다. 인지사건 0건, 구속·기소 0건에서 보듯 ‘빈손’ 공수처다. 고위공직자 범죄가 한순간에 사라졌을까? 실상은 다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부당채용의혹 사건을 1호 사건으로 정하면서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수사만 가능하고 기소는 불가능한 사건을 뽑은 건 자충수였다. 공수처 1년은 검찰과의 밥그릇 싸움으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적 중립 논란도 자초했다. 김학의 불법출금 의혹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소환하는 과정에서 처장 관용차를 제공하고, 조서조차 작성하지 않아 ‘황제조사’ 논란을 불러왔다. 고발사주의혹 수사에서는 기초조사 없이 야당 대선후보를 입건해 ‘윤(석열)수처’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고발장 전달자로 지목된 손준성 검사에 대한 무리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여운국 차장이 “우리 공수처는 아마추어”라며 영장 발부를 읍소한 건 코미디다. 야당 의원과 시민단체, 기자, 일반인에 대한 무차별 통신조회는 공수처의 무능을 드러낸 ‘끝판왕’이다. “왜 공수처만 갖고 그러냐”는 김진욱 처장의 말은 검찰 관행을 방패막이로 삼으려는 몰염치다. 이쯤 되면 신생 기구의 실수라기보다는 수사의 ‘ABC’도 모르는 자질 문제가 분명하다.

공수처가 1주년 기념식을 외부 인사나 기자간담회 없이 ‘내부행사’로 치른다고 한다. 내세울 만한 성과가 없으니 당연하다. 불과 1년 전 현판식에서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손뼉을 치던 걸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원인을 제공한 여당은 인력·예산 보강으로 수사능력을 키우겠다며 발을 뺀다. 고작 7200명에 불과한 고위공직자 수사를 위해 덩치만 키우겠다는 심보다. 공수처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만들어진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인적·조직쇄신을 통해 수사 결과로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안 그러면 ‘조직 해체’ 여론은 잦아들지 않을 것이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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