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선 공영방송 재원 마련 우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TV 수신료를 아예 없애겠다는 재선 공약을 내걸었다. 공영방송의 재원 마련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을 언급하지 않아 공영방송의 독립성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8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파리 근교 푸아시의 작은 문화센터에서 대선 출마 이후 첫 번째 유세에 나섰다. 주민 200명가량이 참석한 이 출마 유세에서 마크롱은 재선에 성공할 시 TV 수신료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TV 수신료는 연간 138유로(약 18만5000원)가량이며, 약 2700만 가구가 내고 있다. TV 수신료는 텔레비지옹, 아르테, 라디오 프랑스 등 공영방송 채널 및 라디오 채널의 재원으로 쓰인다.
‘TV 수신료 폐지’는 마크롱 외에 주요 대권 후보들이 이미 내건 공약이기도 하다. 중도 우파 성향인 발레리 페크레스 일드프랑스 주지사도 같은 공약을 채택했고, 극우 성향인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대표와 에릭 제무르는 수신료 폐지에 더해 ‘공영방송 민영화’를 내걸었다.
제무르는 이날 마크롱의 발표에 대해 자신의 공약을 따라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마크롱이 내 공약을 베끼는 모습을 보면, 곧 이민자 유입을 끝내자고 할 기세”라고 비꼬았다.
여당은 르펜, 제무르와는 공약 상 큰 차이가 있다고 해명했다. 전진하는공화국(LREM)의 크리스토프 카스타네 대표는 “르펜과 제무르 둘 다 공영방송을 없애자는 주의지만 마크롱은 공영방송에 매우 큰 애착을 갖고 있다”며 “TV 수신료 폐지는 이와 별개로 낡은 세금을 없애자는 취지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마크롱은 TV 수신료를 없애면서 공영방송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은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좌파 성향의 사회당(PS) 대선 후보인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마크롱의 정책이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말살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공영방송을 민영화하는 문을 여는 것”이라며 “내가 당선되면 수신료는 유지하되 공영방송의 신뢰를 높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프랑스의 시청각·디지털 통신 규제 기관인 아르콤도 우려를 표했다. 아르콤의 관계자는 “아직 어떤 후보도 수신료 없이 공영방송에 자금을 조달할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며 “독립성뿐 아니라 장기 운영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메커니즘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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