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길었지만 독대는 없던 회동… 文·尹, 극적 합의 없이 ‘추후 협의’ 산적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며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28일 만찬 회동은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 간에 역대 가장 늦었지만, 가장 긴 시간 동안 이뤄진 회동이었다. 다만 두 사람의 즉석 담판이나 독대는 없었고 주요 쟁점 사안은 극적 합의 없이 ‘실무자 간’ ‘추후 협의’로 넘겨졌다.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나 임기 말 인사권 문제 등은 협의가 미뤄졌으며 이명박(MB) 전 대통령 사면 문제는 아예 언급되지 않았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만찬 후 브리핑을 통해 “아주 자연스럽게, 누가 이걸 먼저 꺼냈다고 하기보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그 문제 언급을 시작했다”며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관련해 얘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장 실장은 “문 대통령께서 ‘집무실 이전 지역에 대한 판단은 오롯이 차기 정부가 판단할 문제이고 지금 정부는 정확하게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며 “당선인께서 옮기는 취지와 ‘전 정권, 전 전 정권 또 문민정권 때부터 청와대 시대를 마감하고 국민과 함께하는 시대를 열겠다고 말씀하셨는데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이전을 못 하지 않았나. 이번만큼은 본인이 꼭 이걸 좀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집무실 이전 예비비를 국무회의에 상정할지 논의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절차적, 구체적인 얘기는 하지 않았다”며 “제가 느끼기엔 아주 실무적으로 시기라든지, 이전 내용이라든지 이런 것을 서로 공유해 대통령께서 협조하겠다는 말씀으로 이해했다”고 전했다.

‘취임식 이전에 집무실 이전도 가능한가’라는 질문에도 장 실장은 “두 분께서 시기까지 가능하다, 하지 않다는 말은 없었다”며 “어쨌든 문 대통령이 협조하고 실질적인 이전 계획 예산을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언급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면밀히 따져 보신다고 하니 실무자 간에 이전 내용, 이전 계획, 시기를 따져 면밀하게 행정안전부나 기획재정부가, 예산 담당 부서에서 (처리) 한다고 한다면 협조하시겠다고 해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핵심 현안인 2차 추경 편성 문제에 관해선 “시기나 규모는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않았고 추경의 필요성은 두 분이 공감했다”며 “이철희 정무수석과 제가 실무적으로 계속 협의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28일 오후 서울 통의동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만찬 회동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 총재 등의 인사권을 놓고 불거진 문제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인사를 어떻게 하자’는 얘기는 전혀 없었다”며 “문 대통령께서 ‘남은 임기에 해야 할 인사 문제에 대해 이철희 수석, 장제원 비서실장께서 국민 걱정을 덜 수 있게 잘 의논해달라’고 했고 윤 당선인도 ‘이 수석과 장 실장이 잘 협의해주길 바란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이 밖에 이 전 대통령 사면 문제는 “윤 당선인은 오늘 사면 문제를 일절 거론하지 않았고 문 대통령도 그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고 장 실장이 말했다. 정부 조직 개편 문제나 현재 정치권에 관한 얘기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장 실장은 “차후 만날 계획을 따로 잡지 않았고 문 대통령께선 ‘꼭 성공하시길 빈다. 제가 도울 게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달라’고 했다”며 회동을 마치면서 윤 당선인에게 넥타이를 선물했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에게 “건강하시길 빈다”고 인사했다고 장 실장이 전했다.

이날 오후 5시 59분에 녹지원에서 만나 청와대 상춘재로 향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오후 8시 50분까지 총 2시간 51분간 만났다. 만찬은 2시간 36분간 진행됐다고 장 실장이 전했다. 지난 9일 대선이 치러진 뒤 19일 만의 회동이지만,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 회동 중 가장 오랜 시간 대화한 자리기도 했다.

박유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