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집무실 예비비·사면 등 관련
규모·재원 대책 등 갈등 불씨 여전
“신구 권력 충돌 재발 우려” 관측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이후 19일 만에 회동했지만, 내용에서 구체적인 합의 사안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향후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비롯한 인수위 활동 과정에서 언제든지 신·구 권력 갈등이 재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집무실 이전 예비비 편성, 이명박(MB) 전 대통령 사면 등이 윤 당선인 임기 시작 전 이뤄질 가능성도 작아졌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실무협상에 나선다고 했지만, 원활한 합의를 이뤄낼지도 미지수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29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양측 입장이 조율되지 않은 건가”라는 질문을 받고 “무엇보다 국민 여러분께 정권 이양기에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이 맞잡은 손, 그리고 이 대화로 걱정을 조금 덜어드리는 데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나라 안팎 사정이 어렵고, 통합된 국민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에서 두 분 뜻이 같았다”고 했다.
대통령과 당선인의 회동은 일종의 영수회담 성격을 갖는다. 실무 단계부터 시작한다면 의사결정 참여자가 많아져 합의 가능성이 작아지기 때문에 영수회담 같은 톱다운 방식을 통하면 실무선에서의 합의가 수월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회동 뒤 브리핑을 살펴보면 구체적인 합의 사안이 없다. 브리핑도 청와대는 하지 않고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했다. 이를 두고 인수위 안팎에서는 갈등의 씨앗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MB 사면 문제는 전날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했다. 장 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가 제안해도 대통령이 받지 않으면 받지 않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밑에서 (논의) 할 문제는 아니다. 국민이 볼 때 밀실에서 사면 이야기를 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했다. 여전히 문 대통령 지지층 사이에서 MB사면 여론이 좋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한다면 임기 내 사면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대다수다. 다만 결자해지 차원에서 전격 사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의 역시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 전날 문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지역 판단은 차기 정부의 몫”이라며 “정확한 이전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집무실 이전 필요성은 공감했지만, 예비비 편성 등 적극적인 협조는 끌어내진 못한 셈이다. 추경을 두고서도 구체적 규모나 시기, 재원 대책 등의 공감대는 없었다. 장 실장은 ‘이철희 수석과 이번주에 만나느냐’는 질문에 ”만나려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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