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노인(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지난해 14%를 돌파한 데 이어 2035년 20%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급격한 고령화를 겪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역할을 해온 만큼 중국 경제는 물론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전망이다.
10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국제경제리뷰 ‘인구구조가 중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00년 고령화 사회(노인인구 비중 7% 이상 14% 미만)를 지나 지난해 고령사회(노인인구 비중 14% 이상 20% 미만)에 진입했다. 이어 2035년에는 초고령사회(노인인구 비중 20%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감소하면서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강점을 발휘해온 중국의 성장세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음을 뜻한다. 중국의 생산연령인구는 2013년 10억100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돌아서 지난해 9억7000명으로 집계됐다. 생산연령인구 비중 또한 2010년 74.5%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 하락해 지난해 68.3%로 줄었다.
이러한 중국 인구구조의 변화는 경제성장률의 발목을 잡는 것은 물론 재정지출 및 세수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고령인구 비중이 1%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1~0.5%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은 중국의 미래인구 변화를 모형에 적용해 인구구조 변화 요인만으로도 GDP 성장률은 2021년 대비 2025년 0.1~0.5%포인트, 2030년에는 0.3~1.2%포인트, 2035년에는 0.6~3.0%포인트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와 함께 고령인구 비중이 1%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GDP 대비 정부지출 비율은 0.1%포인트 증가하고, 재정수입은 1.8%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정부는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화를 통한 생산성 제고 △고령층(정년연장)과 여성(출산·보육정책 수립)의 노동 참여 확대 △외국인 노동자 활용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중국의 산업현장에 자동화 기술이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2016년 기준 68로 글로벌 평균(74) 이하에 머무르던 중국의 산업용 로봇 집약도는 2020년 기준 246으로 치솟으며 글로벌 평균(126)의 두 배 수준을 보였다. 2020년 연간 산업용 로봇의 신규도입은 16만8400대로 일본(3만8700대)과 미국(3만800대), 한국(3만500대) 등을 압도적인 격차로 따돌리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기술이 노동을 빠르게 대체하는 시기에 접어든 셈이다.
중국은 생산연령인구의 감소와 사회 부양비용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2025년까지 점진적으로 정년을 연장할 계획이다. 중국의 법정 퇴직연령은 1951년 이후 남성 60세, 여성 50세(간부 55세)가 유지되고 있었다.
여성의 노동참여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도 함께 진행 중이다. 중국정부는 지난해 6월 ‘출산정책 개선을 통한 인구의 장기 균형발전 촉진에 관한 결정’을 발표하며 중앙·지방 정부별로 세부 지원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는 지난해 8월 1가구 3자녀 정책을 입법화했고, 지방정부 중 베이징은 올해 2월 ‘출산정책 개선을 통한 인구의 장기 균형발전 촉진을 위한 시행방안’을 제정한 바 있다.
중국 여성의 노동참여율은 2019년 기준 68.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2020년 기준 63.8%)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남성의 노동참여율과의 격차는 1990년 9.4%포인트에서 2019년 14.2%포인트로 점점 벌어지고 있다. OECD 국가들이 같은 기간 24.1%포인트에서 15.5%포인트로 개선된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저출산으로 인한 문제를 좀처럼 극복하지 못했듯 이러한 정책만으로는 현실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출산·육아 정책을 개선한다 하더라도 이미 고착화한 젊은층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의식변화를 되돌리기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중국경제팀의 한채수 과장은 “중국은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저임금 노동력 기반의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인공지능(AI)·신에너지·무인자동차 등 고기술·고자본 투자 지식산업으로의 전환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며 “반면 미국의 대중국 견제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