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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월드스타 故 강수연을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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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5-21 14:00:00 수정 : 2022-05-21 01: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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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배우 강수연이 우리 곁을 떠났다. 갑작스러운 병원 이송 소식이 들려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후의 소식이었다. 연기 복귀 소식이 들려왔던 터라 안타까움은 더 컸다. 너무 일찍 떠난 배우 강수연을 기억하며 추모하고 싶다. 

 

강수연 배우는 2000년대 초반 이후 배우 활동이 뜸해져서, 잘 모르는 이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펼쳤던 활동과 출연한 영화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때 잘나갔던 옛 배우로 평가할 수 없는 행보를 보였던 배우 강수연을 기억해야 할 여러 이유 중 하나다.

 

4살 때 연기를 시작한 강수연 배우에게는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린 첫 번째 배우’, ‘월드 스타’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연이은 해외 영화제 수상 소식 때문이었다. 

 

1987년 제4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강수연 배우가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소식은 당시 큰 화제가 됐다. 아시아 지역을 벗어나 유럽 지역의 유명 영화제에 한국영화가 경쟁 부문에 오르고, 한국 배우가 수상까지 했다는 게 당시에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요즘은 감독이나 배우의 해외 영화제 수상 소식이 종종 들려오지만, 당시에는 큰 화제였다. 

 

 

아시아, 유럽, 미국 지역 등의 영화제에 급을 매기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적절한 일은 아니지만, 우리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지금보다는 높지 않았던 당시 놀라운 소식으로 받아들여졌다. 자연스럽게 강수연 배우와 임권택 감독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다. 

 

당시 우리나라는 정치적 격변기이기도 했다. 더불어 영화 관련 법도 개정되고, 영화계 역시 큰 변화를 겪었다. 영화시장이 개방되어 미국영화 직배가 시작되면서, 한국영화계에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동시에 제대로 변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생겨났다. 1980년대 후반 새로운 인력의 영화계 유입이 활발해졌고, 소위 기획영화라고 불리는 젊은 영화들의 제작도 증가했다. 

 

배우 강수연은 임권택, 이두용, 변장호 등 중견 감독의 영화뿐만 아니라, 신인 감독들의 영화에도 활발히 출연했다. 1980~90년대 ‘코리안 뉴웨이브 영화’로 평가받는 대표적인 영화 중 여러 편에 출연해, 새로운 한국영화의 중심이 됐다. 다양한 역할을 통해 연기력과 매력을 보여줬다. 

 

대략 영화 제목을 적어보자면,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감독 이규형, 1987),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감독 송영수, 1987),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감독 장길수, 1989), ‘그후로도 오랫동안’(감독 곽지균, 1989), ‘베를린 리포트’(감독 박광수, 1991), ‘경마장 가는길’(감독 장선우, 1991), ‘그대안의 블루’(감독 이현승, 1992),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감독 오병철, 1996), ‘블랙잭’(감독 정지연, 1997), ‘처녀들의 저녁식사’(감독 임상수, 1998) 등이다. 

 

2001년 방송된 TV 드라마 ‘여인천하’ 속 故 강수연 배우의 모습.(왼쪽) SBS

 

2001년에는 TV 드라마 ‘여인천하’의 정난정 역할로 대중에게 각인되었다. 당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었다. 이후 큰 영화 속 배우로서는 자주 볼 수 없었다. 대신 스크린쿼터 수호천사단 활동 등 한국영화계 위기의 순간에 중심적 역할을 도맡았다. 

 

2010년대에도 영화로 강수연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2011년 강형철 감독의 ‘써니’에서는 영화의 배경이 되던 1986년 풍경 곳곳에서 사진을 통해 특별출연해, 당시의 인기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뒤이어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2015~2017년)으로 활동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던 영화제를 정상화하는 노력을 펼쳤다. 

 

어린 시절부터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다양한 역할로 대중을 만나온 배우 강수연은 스크린 밖에서도 한국영화계의 주요 순간에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훌륭한 배우였고, 영화인이었고, 리더였다. 

 

최근에는 영화 복귀 소식이 들려와 기대감을 주었다.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정이>의 촬영이 지난 1월에 끝나, 다시 만날 날을 꼽던 중이었는데, 10여년 만의 연기 복귀작이 유작이 되었다. 그래도 다시 한번 배우 강수연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잠시 잊었었거나, 미처 몰랐던 관객들이 배우 강수연을 알아보고, 기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출연한 영화 중 다시 볼 수 있는 영화들이 좀 된다. 오랜만에 다시 보기를 좀 해봐야겠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 외부 필진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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