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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써달라” 요청에 욕설… 알바생은 오늘도 ‘노마스크와 전쟁 중’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2-05-22 19:26:52 수정 : 2022-05-22 20: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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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외 착용 의무 해제로 알바생 63% 고충 호소

“바로 나갈건데 뭐 어떻냐” 억지도
직원들 “종일 안내하느라 진 빠져”
“코로나 감염 위험 불안” 토로도

“실내에서 마스크 써달라고 하는 게 ‘시XX’이라는 욕을 들을 일인가요. 마스크 착용해달라는 말을 안 할 수도 없고, 할 때마다 손님이 화 낼까봐 겁나요.”

서울 종로구 청계천 인근의 복권판매점에서 일하는 A(24)씨는 최근 매장을 방문한 50대 남성 손님에게 “시XX”이란 욕설을 들었다. 맨 얼굴로 들어온 손님에게 마스크를 써달라고 했다는 이유에서다. 손님은 아무도 없는데 왜 마스크를 끼라고 하냐며 언성을 높였고, A씨가 “저는 사람 아닌가, 마스크를 써달라”고 하자 다짜고짜 욕을 한 것이다. 손님은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A씨의 말을 듣고서야 매장에서 나갔다. A씨는 “청계천 주변이 산책로이다 보니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다니는 분들이 워낙 많다. 매장에 오시는 분 2명 중 1명은 마스크를 안 쓰고 들어온다”며 “종일 마스크 써달라고 말하다 보니 다리보다 목이 더 아프다. 퇴근할 때 되면 입을 뗄 힘조차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 2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진 뒤로 상점 등 실내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이른바 ‘마스크 감정노동’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후 마스크 착용을 안내하는 일이 아르바이트생들의 새로운 고충으로 떠올랐는데, 실외 노마스크 시행 후 마스크를 아예 쓰지 않고 실내에 들어오는 고객과 갈등을 빚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방역을 위한 마스크 착용 안내를 아르바이트생들이 떠맡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22일 취재진이 서울 시내 주요 상권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마스크 착용과 관련한 고충을 물어보자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이후 스트레스가 증가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지하철 4호선 이촌역 근처 카페에서 일하는 김모(26)씨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 단골손님들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것까지 고민하고 있다. 이 손님들은 항상 마스크를 턱에 걸치거나 쓰지 않고 매장 안에 들어오는데, ‘마스크를 써달라’고 부탁하면 “아, 오케이 오케이”라며 심드렁하게 대답하는 식이다. 얼마 전에는 이들 중 한 명이 음료를 내주는 김씨에게 “이것도 마스크 쓰고 먹어야 하나요?”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김씨는 “‘아니오’라고 공손하게 대답하지만, 상대에게 조롱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불쾌했다”며 “왜 마스크 때문에 이런 스트레스까지 감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의 한 카페에서 직장인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방역 긴장감이 느슨해지면서 이런 고충은 더 커지는 모습이다. 서울 이태원 근처 카페에서 일하는 이모(25)씨도 50대로 보이는 손님이 두 번이나 마스크를 안 끼고 픽업대로 다가오자 마스크 착용을 부탁했다가 “왜 자꾸 마스크를 쓰라고 하느냐. 그럼 음료는 어떻게 먹으란 것이냐. 제 정신이냐”는 말을 들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 점주는 “간혹 마스크를 쓰지 않는 손님이 있으면 마스크를 착용한 다른 손님들 눈치까지 보게 된다”고 말했다.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천국’이 실외 노마스크 이후 아르바이트생 105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중복응답)에서 660명(62.5%)이 ‘알바 근무에 고충이 생겼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실내외 마스크 착용을 혼동하는 손님들을 안내하는 감정노동 증가(65%) △실내 마스크 착용 안내 업무 증가(64.5%)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대한 불안감(54.5%) 등을 꼽았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아르바이트생은 권력관계에서 상대적 약자로 볼 수 있는데, 이들을 대상으로 시민들이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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