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재비행 예방 쉽지 않아”
소년보호처분의 기간 연장 제안
법무부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에 나서면서 연령이 얼마나 하향될 것인지, 실제 연령 하향이 이뤄질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가정법원 소년부에서 8년간 소년범죄를 다뤄온 현직 부장판사가 “처벌강화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여 주목된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른바 ‘소년범의 아버지’로 불리는 천종호 대구지법 부장판사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촉법소년에 대한 처벌강화를 위해 형사성년자(촉법소년) 연령을 하향하는 것은 촉법소년 문제에 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형사성년 연령을 12세로 낮춘다고 해도 11세 이하의 촉법소년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라며 “현재 11세 소년들이 흉악범죄와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이 아주 낮으므로 11세 이하의 소년들에 관해서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형사성년자 연령을 하향한다고 해서 이른바 ‘캣맘 사건’과 같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담은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를 들어 형사성년자 연령을 12세로 낮춘 이후, 11세의 소년이 살인을 저지른다면 여전히 그에 대해서 부과할 수 있는 최대치의 처벌은 2년간의 소년원 송치처분일 뿐이므로 여전히 국민들의 법감정에는 맞지 않는 처벌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천 부장판사는 “형사성년자 연령 하향은 필수적으로 소년범에 대한 처벌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처벌강화가 일반예방(비행 방지) 또는 특별예방(재비행 방지)에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엄벌주의를 펼친 국가에서 범죄율이 현격히 낮아졌다는 보고가 없는 것을 보면, 처벌강화만으로는 비행 또는 재비행 예방을 막기가 쉽지 않다고 할 수 있다”며 “강화된 처벌을 받은 이후, 다시 말해 장기간 수용생활을 한 후 재비행(재범)을 저지른다면 그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면제해 줄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천 부장판사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한 대안으로 소년보호처분의 기간 연장을 제안했다.
그는 “예를 들어 소년법을 개정해 13세 이하의 아이가 살인을 저지른 경우에는 19세가 될 때까지 소년원에서 생활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것도 국민들의 법감정에는 못 미칠지 모르나, 형사성년자 연령을 12세로 낮춘 경우 11세 이하 소년들의 강력범죄에 대한 대처는 될 수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소년범에 대한 처벌강화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우선 소년들에 대한 수용 시설의 확충(소년교도소와 소년원의 증설)과 소년들에 대한 처우에 대한 개선(소년원생 한 끼 급식비 인상) 등이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며 “더 나아가 재범방지를 위한 전문적인 프로그램의 도입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제도적 보완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형사성년자 연령 하향을 통하여 국민들이 기대하는 효과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형사성년자 연령 하향 문제는 범죄피해자 구조 문제, 유엔아동권리협약 문제 등 아주 다양한 점들과 함께 논의돼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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