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기준 1조7000억원 규모의 당기수지 적자를 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전 직원에게 약 290억원을 성과급을 지급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5일 세계일보 취재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은 최근 ‘2022년도 경영평가성과급 예비비 사용(안)’을 수립했다. 사용안을 살펴보면 건보공단은 직원 성과급으로 290억8489만8000원을 지출하기로 내부 검토를 마쳤다.
지급대상 직원 수는 1만7010명이며 이사장에게는 약 5828만8000원, 상임감사의 경우 3823만2000원의 성과급이 지급될 예정이다. 성과급 지급률은 이사장·상임이사는 기본연봉의 40.5%, 상임감사 38.25%, 직원은 67.5%다. 사용안에 따르면 지급 시점은 9월 중이다.
정부가 예산절감에 중점을 둔 공공기관 혁신에 나선 가운데 정작 공단은 이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건보공단은 올해 1~4월 당기수지 적자가 1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은 물론 2030년 기준 누적수지가 ‘-31조원’으로 예측됐다. 2040년에는 -678조원, 2050년에는 -2518조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은 지난해 국민건강보험 재정 당기수지가 2조8229억원을 기록, 흑자를 본 만큼 성과급 지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감사원 감사결과 건보공단이 적자 보전을 위해 정부가 지급한 지원금을 ‘수입’에 포함, 적자 규모를 실제보다 적게 추계한 것으로 획인됐다. 감사원이 이를 재추계한 결과 적자는 2020년 3531억원에서 9조5814억원으로 27배 늘어났다. 건보공단이 흑자를 냈다고 밝힌 2021년의 경우에도 정부 지원금을 제하면 사실상 적자인 셈이다.
이와 함께 건보공단은 단기자금을 과다하게 운용해 ‘273억원‘ 규모의 여유자금 운용 수익도 얻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감사원은 보건복지부장관에게 건강보험 재정관리에 대한 외부통제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타 공공기관이 성과급을 자신해서 반납하거나 성과급 지급액을 50% 줄이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상황과도 대비된다. 강원도에 본사가 위치한 강원랜드는 최근 성과급 지급예정액의 50%를 자진해서 반납했다.
강원 원주 혁신도시에 위치한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올해 건보재정이 1분기에만 2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봤는데 290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계획과도 그 방향이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성과급 지급과 관련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경영성과급은 예비비를 사용해 지출될 예정이며 지급일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지난해 흑자를 본 만큼 이에 따른 성과로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