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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으로 집 못 산다” 투기에 올인… 늘어난 빚에 한방 노리다 또 나락 [‘빚투’ 일확천금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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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09 06:00:00 수정 : 2022-08-09 13: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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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그들은 왜 '빚투'를 했나

‘주식·코인=대박’ 분위기에 현혹… ‘장밋빛’ 꿈꾸다 결국 벼랑끝

“매수 클릭 한번에 큰 돈 번다” 솔깃
상장법인 투자자 36%가 20∼30대
업비트 가상화폐 2030 1년 새 3배↑
청년들 한정된 근로소득 회의감

손실금 메우려고 대출 또 대출
“한번만 ‘떡상’하면 상환 가능”
변동성 더 높은 곳에 투자 일쑤
조급함에 이성적인 판단 못해

처음부터 1억6000만원까지 빚을 내 투자하려던 건 아니었다. 시작은 마이너스 통장 대출 3000만원이었다. 김지훈(가명·31)씨는 대기업에 다니지만, 아내와 아이에게 안정적인 삶을 안겨주기엔 월급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첫째 아이가 태어난 후 집을 넓혀 가기 위해 받은 전세대출금이 그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대출 이자라도 조금 벌어보겠다고 시작한 투자였다.

 

3000만원의 투자금이 1억원으로 불어난 2019년, 김씨는 주식 투자로 삶이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내가 주식을 잘하나 보다”라며 자신감도 생겼다. 하지만 부푼 꿈은 1년 만에 산산조각 났다. 이듬해 코로나19로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수익을 다 잃었는데, 전세 계약 만료로 이사까지 하면서 빚이 더 늘었다. 2년 전보다 전세 가격이 올라 전세대출을 추가로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둘째 아이를 출산한 아내는 일을 쉬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김씨는 “한 달 월급보다 생활비와 전세대출 이자가 더 많아서 열심히 벌어도 돈이 모이지 않고 마이너스 생활만 계속됐다”고 회상했다.

 

늘어난 빚을 ‘한 방에’ 복구하겠다는 마음으로 1금융권에서 6000만원을 빌려 투자에 나섰다. 대출금리가 3%대 초반에 불과해 이자 부담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주식에서 실패한 그는 가상화폐로 눈을 돌려 변동성 높은 ‘알트코인’ 위주로 골랐다. 위험이 큰 만큼 잘하면 주식으로 잃은 돈까지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6000만원의 투자금이 0원으로 떨어졌을 때 만회하기 위해 부모님의 손을 빌리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부모님 명의로 받은 대출금 5000만원까지 날려버렸다. 김씨는 “여윳돈이 아닌 빚으로 투자하다 보니 조급함이 너무 커져서 이성적인 투자를 못했다”며 후회했다.

 

빚이 늘수록 변동성이 큰 투자처를 찾았다. 막대한 빚을 갚기 위해서는 더 큰 한 방이 필요했다. 1금융권에서는 더 돈을 빌릴 수 없어 2금융권으로 향했고, 10∼15% 금리로 5000만원을 긁어모아 비트코인 선물에 투자했다.

 

비트코인 선물은 일주일 만에 300만원이 6000만원으로 불어날 만큼 변동성이 컸다. 6000만원으로 불어났을 때 그만뒀어야 했다. 그러나 욕망엔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았다.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더욱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섰고, 순식간에 20배의 수익을 안겨준 선물 투자는 낙폭 역시 컸다.

 

지난 6월 말, 김씨는 결국 마지막 보루였던 6000만원마저 다 잃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건 매달 나가는 생활비 150만원과 회생변제금 330만원이라는 청구서뿐이다. 가족에 미안한 마음에 이혼을 고민했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기도 했다.

 

세계일보가 ‘빚투’(빚 내서 투자)에 실패한 2030 청년 4명을 만나 그들의 경험담을 직접 들어본 결과, 이들이 무리한 투자에 나선 배경에는 ‘사회적 분위기’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집값 폭등으로 월급만 차곡차곡 저축해서는 수도권에 집을 장만할 수 없다는 좌절감을 느끼던 중 인터넷 커뮤니티나 주변 사람들의 입을 통해 기막힌 투자 성공담을 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극소수의 전설적인 성공담 뒤에는 소리 소문 없이 묻힌 수많은 실패가 있다. 성공은 자랑하지만, 실패는 좀처럼 주변에 알리지 않기에 극소수의 성공이 ‘주식·코인=대박’으로 과대 대표됐다는 지적이다.

◆빚투 부르는 주문 “월급으로는 서울에 집 한 채 못 산다”

 

지난 2년간 2030세대의 투자 열풍은 거셌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상장법인 투자자 중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말 23.7%에서 2021년 말 35.7%로 급증했다. 전체 투자자가 611만6481명에서 1373만6703명으로 2배 늘어날 동안 2030은 145만4030명에서 489만9543명으로 3배가 됐다.

 

가상화폐 거래소 중 압도적인 거래량을 보이고 있는 업비트도 2020년 10월에 2030 고객의 비중이 59.8%(179만6000명)에 달했고, 2021년 10월엔 비중은 60%로 비슷했으나 2030 고객 수가 539만4000명으로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래 청년이 단 며칠, 몇 달 만에 막대한 수익을 냈다는 소식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을 외치고 ‘N포 세대’라 불리던 청년들에게 이번 생을 ‘구해줄’ 한 줄기 빛이 됐다. 투자만 잘하면 자신도 인생 역전을 할 수 있다고 믿게 된 것이다.

 

지난해 3월 코인 투자를 시작한 도민기(가명·29)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다들 코인, 코인 하길래 나도 얼떨결에 시작하게 됐다”면서 “그때는 다들 비트코인이 1억원까지 갈 거라고 전망했고, 알트코인으로 1000% 수익 인증하는 사람도 많았다. 코인 투자의 위험보단 엄청난 수익(소문)에 취했다”고 말했다.

 

9000만원을 대출받아 투자한 취업준비생 최정수(가명·29)씨도 “주위에서 ‘코인 투자로 포르셰, 페라리를 뽑았다’는 등의 얘기를 들어 투자에 현혹됐다”며 “나도 매수 버튼 클릭 한 번이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정된 근로소득에 대한 회의감도 빚투를 부추겼다. 최씨는 “대기업에 다녀도 월급쟁이는 한 달에 500만원을 벌 뿐이다. 그 돈만 모아서는 요즘 같은 세상에 서울에 집 한 채도 살 수 없다”며 “근로소득은 의미 없고 큰돈은 주식 투자로 벌 수 있다는 사회 분위기에 휩쓸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시절 4200만원을 빚투 한 신지민(가명·29)씨 또한 “물가상승률을 생각하면 월급으로는 결혼 자금 등 미래에 대비하기에 절대 충분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투자에 나섰다”고 했다.

 

◆손실 메우려 대출, 또 대출… 부실 우려 커져

 

근로소득에 대한 회의감에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시작한 주식, 가상화폐 투자는 이들을 빚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투자 실패로 입은 손실을 만회할 수단 역시 근로소득이 아닌 금융투자였다. 그 결과 대출 금액은 점점 불어났다. 최씨는 “대출금을 갚으려고 또 대출을 받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회상했다.

1금융권 대출 한도를 초과해 2금융권으로 손을 뻗거나 신용융자를 이용하기도 했다. 최씨는 계약직으로 일하던 시절 1금융권에서 5000만원을 빌렸는데, 이를 다 잃게 되자 2금융권에서 4000만원을 더 받았다. 그는 “5000만원을 일해서 갚으려면 5년이 걸리지만 코인 한 번만 ‘떡상’(급격한 상승)하면 일주일 만에도 상환이 가능하니까, 도박을 걸어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2030세대의 10대 증권사 신용융자 잔고는 2019년 1조1817억원에서 2021년 6월 3조4297억원으로 불어났다.

 

빚이 늘어날수록 더 변동성 큰 곳에 투자하게 되는 것도 이들에게서 나타난 공통점이다. 최씨는 “마지막은 항상 선물이다. 내가 망쳐놓은 걸 한번에 정상으로 되돌리려는 욕심과 성급함 때문에 엄청난 변동성에 뛰어든다”고 말했다. 빚 걱정 때문에 정상적인 사고와 판단이 불가능해지기도 한다. 도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자와 원금 상환 압박에 시달리며 벼랑 끝에 몰리는 투자를 했다”고 말했다. 변동성이 높다는 건 큰 수익을 낼 수도 있지만 그만큼 큰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들은 결국 투자금 대부분을 잃었다.

2030의 대출은 양적으로 급증했을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악화했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2030 가계대출 차주 중 취약차주 비중은 6.6%를 기록했다. 다른 연령층의 평균(5.8%)을 웃도는 수치다. 취약차주는 다중채무자(3개 이상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차주를 뜻한다.

 

청년층 취약차주의 연체율도 대출 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지난해 초부터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5.0%였던 청년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 5.8%로 늘었다. 같은 기간 다른 연령층의 취약차주 연체율이 6.2%에서 5.5%로 줄어든 것과 대조된다.

 

◆경제적·정신적 고통 가중… “금융교육 필요”

 

이들은 현재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한때는 의미 없다고 생각했던 근로소득으로 이자조차 근근이 갚는 신세다. 신씨는 빚을 갚기 위해 현재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 평일에는 중소기업으로 출근하고, 주말에는 음식점에서 서빙 알바를 한다. 그는 요즘 군것질을 하고 싶을 때면 껌을 산단다. “껌 한 통을 사면 4일 동안 씹어요. 그리고 밥은 회사에서 사주는 걸 먹으면서 최대한 아끼다가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면 비싼 거 사 먹죠. 그게 김밥이에요. 진짜 사치 부리면서 사 먹는 거예요.”

 

주변 친구들과도 멀어졌다. 신씨는 “돈을 잃으면 친구들도 보기 싫어져요”라며 “휴대전화 작은 화면 속에서 실시간으로 몇백만, 몇천만원이 하락하는 걸 보면 말 그대로 멘털이 무너진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빚투가 그동안 오랜 기간 이어진 취업난과 코로나19로 인한 저금리 영향까지 더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경제학)는 “코로나19 이후 금리가 너무 낮아져서 청년들이 대출을 길에서 주운 돈처럼 쉽게 생각했다”며 “일자리 얻기도 쉽지 않고 돈 벌기도 쉽지 않으니 이걸 만회할 방법은 투자밖에 없다고 여긴 것”으로 풀이했다.

 

어렸을 때부터 금융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투자를 했는데 결론적으로 불안감이 더 커졌다”면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초등학교 때부터 금융교육을 진행해 위험한 투자에 휩쓸리지 않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회부 경찰팀=남정훈·권구성·백준무·이희진·장한서·조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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