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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회장님, 사실혼 관계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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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17 23:01:52 수정 : 2022-08-17 23: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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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친족범위 ‘사실혼 배우자’ 포함… 현실서 제대로 작동할까

“회장님, 혹시 사실혼 관계이십니까?”

 

재벌그룹 공시 담당자들에게 커다란 숙제가 생겼다. 그룹의 동일인, 흔히 말하는 재벌 총수의 사실혼 관계를 파악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 당장 내년 5월 대기업지정부터 매년 확인하고 갱신해야 할 일이다.

안용성 경제부 차장

공정위는 친생자가 있는 사실혼 배우자를 총수의 친족 범위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최근 발표했다. 공정위는 해마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10조원 이상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재벌그룹이 여기에 해당된다. 공시대상기업집단과 함께 그 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총수도 함께 지정된다.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 제도는 대기업집단 정책의 적용 대상이 되는 기업집단의 범위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특수관계인이란 총수와 그 관련자를 의미하는데, 이 가운데 친족이 포함된다.

 

기존 시행령은 특수관계인에 포함되는 동일인의 친족 범위를 혈족 6촌, 인척 4촌까지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 단체를 중심으로 이 같은 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시절부터 친족 범위를 현실화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공정위는 친족 범위를 혈족 4촌, 인척 3촌으로 축소했다.

 

여기까지가 예고된 개정이라면, 사실혼 배우자를 친족에 추가하는 내용은 ‘갑자기’ 등장했다. 공정위는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경쟁법령에 사실혼 배우자를 특수관계인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들 국가와 우리나라는 사실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 자체가 다르다. 동거 문화가 보편화한 서구권과 달리 가족 중심의 한국에서(특히 재벌가에서) 사실혼 관계는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타깃’이 정해진 개정이라는 말이 나온다. 당장 롯데그룹과 SM그룹이 직접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의 경우 고 신격호 명예회장과 서미경씨, SM그룹은 우오현 회장과 김혜란씨 등이 사실혼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은 현실에서 과연 제대로 작동할까. A기업 관계자는 “총수에게 혼외자가 있다는 것을 알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설사 알고 있더라도 그걸 확인하고 공시할 생각을 하는 직장인이 과연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결국 공시 담당자들을 법 위반 상황으로 몰아붙이는 셈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하지도 못하는 공정위가 사실혼 배우자만 추가하는 것에 대한 설득력을 갖기도 어렵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안의 의견 수렴 과정이 길어진다는 이유로 당초 예고됐던 ‘외국인 총수 지정’을 삭제했다. 이로 인해 쿠팡 김범석 의장(미국 국적)은 내년에도 총수 지정을 피하게 됐다.

 

이번 개정안은 대기업집단이 총수의 사실혼 배우자를 통한 사익 편취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개정일 뿐만 아니라 법 위반 기업에 대한 제재를 행정제재로 대체하겠다는 현 정부의 기조와도 맞지 않다. 공시 의무 위반은 형사처벌 대상이다. 적어도 이번 개정안이 기업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와 함께 이뤄졌으면 어땠을까.


안용성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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