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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1년간 2%p 인상… 가계 이자만 ‘27조원’ 눈덩이

입력 : 2022-08-26 06:00:00 수정 : 2022-08-26 1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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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2.25% → 2.5%’
소비자물가 전망 5.2%로 상향
IMF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

5∼6%대 고물가 2023년초까지 지속
생산자물가도 7개월 연속 오름세
한은 “물가 잡아야”… 추가인상 시사
9월 ‘역전’ 한·미 금리도 인상 배경
자본 유출 등 원화약세 피해 우려

이창용 “글로벌 현상… 유동성 문제 아냐
한·미 통화스와프로 고환율 방어 못해”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네 차례 연속 인상했다. 최근 1년 만에 기준금리가 2.00%포인트 오른 셈이다. 고물가의 고착화 우려가 확산하면서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도 5%대로 높여 잡았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당분간은 더 시급한 ‘물가 잡기’에 중심을 두려는 통화당국의 정책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준금리 인상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현재 연 2.25%인 기준금리를 2.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로써 사상 최저 수준(0.5%)까지 떨어졌던 기준금리가 지난해 8월 0.25%포인트 오른 것을 시작으로 1년간 총 2.00%포인트 올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국내외 경기 하방위험이 증대됐지만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 압력과 기대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다”며 “고물가 상황의 고착을 막기 위한 정책 대응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108.74)는 외식·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6.3% 뛰었다.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일반인의 1년 후 물가 상승률 전망인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이달 4.3%를 기록했다. 전월(4.7%)보다는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4%대라는 점에서 우려를 거두기 힘들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지난 5월 발표보다 0.7%포인트 오른 5.2%로 제시했다. 연간 전망치로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9.0%) 이후 최고치다. 전망대로 올해 5%대 상승률이 실현되면, 이 또한 1998년(7.5%) 이후 최고 기록이다.

이런 물가 고공행진 기류는 빠르게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반기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상반기 4.6%에서 하반기 5.9%로 올랐다가 내년 상반기 4.6%를 지나 하반기 정도 돼야 2.9%로 안정권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물가 정점의 경우 지난달 예상했던 ‘3분기 말∼4분기 초’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총재는 “지난 2개월여간 국제 유가가 큰 폭 하락해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월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정점은 7월 전망보다 당겨질 수 있겠지만,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정점을 지난 후 (흐름이) 안정될 것으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2.7%에서 2.6%로 수정했다. 한은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 가능성,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에 따른 유럽 성장률 1∼2%포인트 하락 가능성,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 등에 따른 중국 경제 불확실성을 주요 경제 하방 요인으로 반영했다”며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하반기 이후 우리나라의 성장 흐름도 약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 “연내 최대 3% 전망”… 영끌족 등 취약차주들 ‘비명’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가장 큰 이유는 물가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5.2%로 전망했다. 5∼6%대 고물가 고착 상황을 막기 위한 한은의 점진적 금리 인상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통화정책방향회의 의결문에서 “국내외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됐지만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압력과 기대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어 고물가 상황을 막기 위한 정책 대응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물가 정점이 가까워졌다는 기대감에도 여전히 경기침체 우려보다 물가 안정이 더 시급하다는 의미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좋은 한 기본적으로 물가를 우선적으로 잡는 게 중장기적으로 국민경제를 운영해 나가는 데 모두에게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금통위 주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은이 이날 발표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로, 지난 5월 전망치(4.5%)보다 0.7%포인트 상향됐다. 한은 소비자물가 연간 전망치로는 1998년(9.0%) 이후 24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6월에 이어 7월에도 6%를 넘어섰고, 기대인플레이션율(향후 1년간 예상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여전히 4%대를 웃돌고 있다. 대면 소비를 중심으로 수요 측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생산자물가 역시 7개월 연속 오름세다.

 

물가와 함께 한·미 금리 차도 기준금리 인상의 주요 배경이다. 현재 미국 정책금리(기준금리)는 연 2.25∼2.50%로, 이날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한국(2.50%)과 상단이 같아졌다. 하지만 이 역시 다음 달 미국이 기준금리를 0.50∼0.75%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높아 또다시 뒤집힐 전망이다.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할 경우 원화 약세와 외국인 자본 유출 등의 우려가 나온다.

 

금리 인상 기조는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 총재는 “(3분기 말∼4분기 초로 예상했던) 물가 정점이 당겨지더라도 이와 관계없이 5∼6%대의 높은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내년 초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분간 물가를 중심으로 한 통화정책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은 두 차례(10·11월) 금통위에서 또다시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 총재는 지난달에 이어 이번에도 연말 기준금리를 2.75∼3.00% 수준으로 보는 시장의 기대를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금리 상승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도 커지는 만큼 남은 금통위 중 한 번쯤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날 한은은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7%에서 2.6%로, 내년 성장률은 2.4%에서 2.1%로 낮췄다. 다만 이 총재는 경기침체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가능성에 대해 “전 세계 성장률이 낮아지는데 우리만 높게 유지되는 것은 무리고 2.1%를 달성할 수 있다면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표”라며 “잠재성장률보다 높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연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과 다중채무자 등 취약차주들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약 1년 동안 기준금리는 연 0.50%에서 2.50%로 2.00%포인트 뛰었다.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만큼만 오른다고 가정해도 가계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27조원 이상 불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에 따르면 2.00%포인트 인상에 따른 1인당 연간 이자 부담 증가액은 128만8000원에 달한다. 가뜩이나 하락장 초입에 들어선 부동산시장도 본격적인 침체에 빠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예상대로 한은이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불확실성을 해소한 증시는 반등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9.81포인트(1.22%) 오른 2477.26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도 전날 종가보다 6.9원 내린 달러당 1335.2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등을 설명하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원화 약세 1997·2008년과 상황 다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정책을 펴는 데 있어 환율의 수준 자체를 목표로 삼는 것이 아니라 환율 변동에 따른 국내 경제의 영향을 우선 고려한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최근 고환율 상황에 대해서도 유동성이나 신용도에 기인한 것이 아닌 글로벌 공통 상황이라며 1997년 외환위기 및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과는 다르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2.25%→2.50%) 결정에 환율 변동성을 고려했느냐는 질문에 “한은의 입장에서는 환율의 수준 자체보다는 통화가치 절하에 이은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며 “이는 환율이 오르면 중간재 수입이 많은 기업의 고충이 심해져 국가경쟁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나 하는 가격변수의 우려”라고 답했다.

 

현재의 환율 상승 국면에 대해 외환시장의 유동성 문제나 국가 신용도 문제, 외환보유액 부족 문제 등이 거론되며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의 반복 가능성이 언급되는 상황에 관해서는 “예전과 같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1997년, 2008년과 비교하면 우리가 채무국이 아닌 순채권국이기 때문에 유동성 위험이나 신용 위험보다는 환율 상승에 이은 물가를 더 걱정할 때”라고 부연했다.

 

통화스와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것에 대해서도 주요 선진국의 사례를 들며 그렇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상시적으로 통화스와프를 하는 영국, 유로존, 캐나다 등도 모두 약세로 돌아선 상황”이라며 “통화스와프가 유동성 위험이나 신용도 위험 등에 대한 대비는 될지 모르지만, 전 세계적인 통화가치 절하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은 오해”라고 밝혔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도 이날 최근 환율 상황에 대해 “환율 수준 자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지만 금융·외환 위기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우리 경제의 내부요인보다는 전 세계적인 달러화 강세를 반영한 주요국의 공통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외벽에 걸린 대출상품 금리 안내 현수막 모습.   뉴시스

◆韓銀 인상 발맞춰… 5대은행 예적금 금리 올려

 

25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2.25%→2.50%)한 것에 발맞춰 5대 은행들도 일제히 수신금리를 인상한다.

 

하나은행은 26일부터 18개 적금과 8개 정기예금 등 총 26개 수신상품의 금리를 최대 0.30%포인트 인상한다. 이에 따라 중도에 해지하더라도 고금리를 적용받는 ‘369 정기예금’의 경우 1년 만기 기준으로 기본금리가 0.30%포인트 인상되며 최고 3.10%에 이용할 수 있다. 또 급여하나 및 주거래하나 월복리 적금의 경우 1년 만기를 기준으로 금리가 최고 3.70%에서 3.95%로, 3년 만기 기준 최고 4.0%에서 4.25%로 각각 0.25%포인트 오른다.

 

우리은행도 26일부터 21개 정기예금과 26개 적금 금리를 최대 0.50%포인트 올린다. 영업점 창구뿐 아니라 인터넷뱅킹, 스마트뱅킹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해서도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NH농협은행은 오는 29일부터 예적금 금리를 최대 0.40%포인트 올린다. 거치식 예금 금리는 0.25%포인트, 적립식 예금 금리는 0.25∼0.40%포인트 각각 인상된다.

 

KB국민은행도 29일부터 정기예금 16종·적립식 예금 11종의 금리를 인상한다. KB국민행복적금은 0.4%포인트, 여행 특화상품인 KB두근두근여행적금 등은 0.25%포인트 금리가 올라간다. 기초생활수급자, 근로장려금수급자 등 취약계층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KB국민행복적금의 경우 1년 만기 정액적립식 기준 최고금리 연 5.25%, KB반려행복적금은 최고 연 4.0%가 제공된다.

 

신한은행은 29일부터 예적금 38종 수신상품의 기본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인상한다. 상품별 가입 기간에 따라 거치식 예금은 최고 0.25%포인트, 적립식 예금은 최고 0.4%포인트 오른다.


김준영·유지혜·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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