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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가뭄·산불 해법 떠오른 ‘인공 비’… 韓, 실용화까진 ‘먼 길’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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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29 07:00:00 수정 : 2022-08-29 07: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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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인공강우 활용 활발

구름 속에 구름씨 역할 ‘빙정핵’
인위적으로 살포해 비 만들어
50개국 150개 이상 프로젝트 추진
中, 대규모 투자 전용기 50대 넘어

실효성·안정성 측면 경고도

지역 한정… 강수량 10~20% ↑ 그쳐
‘요오드화은’ 생태 악영향 우려도
한국은 기술개발 아직 실험 단계
전용기·전문인력·예산 확보 필요

중국이 최근 남부지방 가뭄을 해소하기 위해 로켓을 쐈다. 살상용 폭발물 대신 하늘에서 비를 내리게 하는 구름씨가 담긴 인공강우 로켓이다. 비행기를 띄워 직접 살포하는 것보다 효과는 떨어지지만 경제적인 방식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극심한 가뭄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전 세계가 바싹 타들어가는 가운데 ‘인공강우’가 그 대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위적으로 비를 내려 가뭄은 물론 미세먼지, 산불 등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다. 전 세계 50여개국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인공강우를 활용하고 있고 한국도 관련 기술 개발이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하지만 ‘신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기상을 제어하는 인공강우 기술은 실효성과 환경적 측면에서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후베이성 이창의 쯔구이현에서 지난 16일 가뭄 해소 대책의 일환으로 인공강우 연소탄이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차이나 데일리 제공

◆가뭄·미세먼지·산불 해결할 ‘인공강우’

현재의 인공강우 기술은 항공기를 이용해 구름 속에 구름씨(빙정핵·응결핵)를 뿌려 인위적으로 비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1946년 미국에서 처음 실험에 성공했다. 차가운 구름에서는 요오드화은과 드라이아이스를 구름씨로 사용한다. 수분이 붙어 얼음 결정이 된 뒤 떨어지면서 비로 변한다. 따뜻한 구름에서는 염화칼슘을 쓴다. 습기를 빨아들여 물방울이 커지면 비가 되어 내린다. 인공강우를 내리면 강수량이 늘어 가뭄에 도움이 된다. 땅을 적셔 산불을 예방할 수 있고, 미세먼지가 많은 날 대기질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

‘미국 핵과학자 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에 따르면 1980년대에 이 기술은 ‘윤리적·환경적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크게 환영받지 못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미국 여러 주에서 인공강우 실험 및 상용화가 활발해졌으며, 최근 전 세계적 이상기후로 가뭄과 홍수가 빈발하자 물의 순환을 조절할 수 있는 인공강우 기술이 매력적인 대응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아이다호, 유타, 콜로라도, 와이오밍 및 캘리포니아 등은 악화하는 가뭄에 대응해 지난 2년간 인공강우 사업을 확대했다. 미국은 강수량을 늘리는 것은 물론 우박 피해를 줄이고, 공항인근의 안개를 없애는 등에 인공강우를 십분 활용한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날 맑은 날을 유지하기 위해 미리 인공강우를 내린 바 있으며, 현재도 전국 4만5000명 이상의 전문 인력과 50여대 전용 항공기를 두고 관리하고 있다. 사막 나라 아랍에미리트(UAE)는 인공강우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지난해부터 실질적인 운용에 들어갔다. 태국은 대기오염이 심각했던 2019년 인공강우를 통해 미세먼지 저감에 나섰다. 기상청에 따르면 전 세계 50여개국에서 150개 이상의 인공강우 관련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다.

◆신의 영역에 도전… “불확실성 높아”

인공강우 기술은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지만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실효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의견이 갈린다. 일단 인공강우는 구름씨를 뿌렸을 때 빗방울이 맺힐 정도로 습기가 충분하고 상승기류가 있어야 성공한다. 그런데 정작 비가 필요한 지역은 건조해서 비가 만들어지기 어렵다. 국립기상과학원에 따르면 인공강우를 시도해도 실패하는 경우가 세계적으로 30%에 이른다. 이 때문에 미세먼지 대책으로서 인공강우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대기 중에 정체되는 날은 구름이 적어 구름씨를 뿌려도 비를 내리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인공강우가 일시적 도움은 줄 수 있지만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점도 지적된다. 현재 인공강우 기술을 사용하면 연간 강수량을 10∼20%가량 늘릴 수 있는데, 이것보단 물 절약 정책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실제 최근 중국, 미국 등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인공강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사상 최악의 가뭄을 해소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도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핵과학자회보는 “인공강우에 가장 널리 쓰이는 요오드화은은 약한 독성을 지니고 있다”면서 “생태적으로 위험하지 않다는 주장이 있지만 생물에 축적될 수 있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인위적으로 날씨를 바꿔 주변국 기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인공강우가 비가 내릴 곳을 이동시켜 주변 지역의 강수량이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상과학원은 “날씨는 예측하기 어려워 한 지역의 인공강우 때문에 주변 지역의 기상이 변했다고 단정하거나 증명하기 어렵다”면서 “또 인공강우 영향권은 좁은 데 비해 구름은 변화무쌍하고 소멸과 생성이 빨라 다른 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중국 장쑤성 동부 난징의 한 호수가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채 말라 있다. 난징=AFP연합뉴스

◆인공강우 개발 더딘 한국… 실용화 ‘먼 길’

이런 단점과 우려에도 세계 각국이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처럼 우리 기상 관계자들 역시 인공강우에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엔 비가 많이 왔지만 우리나라도 올해 전체로 보면 가뭄이 심했다. 매년 봄, 가을엔 강수량이 적고 대기가 건조해 산불이 자주 난다. 코로나19 이전엔 창문을 열기가 무서울 정도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았다. 제때 내리는 비가 절실하다. 하지만 정작 인공강우를 사용한 적은 없다.

기상청에 따르면 한국은 인공강우를 안 한 것이 아니라 못 했다. 기술 개발이 아직 실험단계에 머무는 탓이다. 한국은 1963년 드라이아이스 살포 실험을 통해 인공강우 연구·개발에 첫발을 딛었다. 하지만 이후 프로젝트가 중단됐으며 1995년 요오드화은 지상실험, 2002년 드라이아이스 항공실험 등이 진행됐지만 속도가 더뎠다.

그러다 2006년부터 본격적인 지상연구가 시작됐고, 2017년 국내에 첫 실험용 항공기가 들어오면서 항공 실험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이후로도 인공강우 실험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해당 항공기는 인공강우 실험 전용이 아닌 다목적용이다. 그 한 대로 국립기상과학원에 미세먼지 감시, 대기관측 등 업무까지 병행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이라 제약이 많았다. 날씨가 변화무쌍해 미리 지정해둔 날씨에 실험을 할 수 없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최근 연평균 항공실험 횟수는 20차례에 불과했다.

예산도 빠듯하다. 지상 실험을 위한 구름생성장비(64억원) 구입비를 제외하고 2020∼2021년 인공강우 연구·개발 예산은 연평균 14억5000만원이었다. 재료비(700만원), 항공기 운용비, 인건비 등을 합쳐 1회 1000만원 정도 드는 항공실험을 포함해 연구·개발 활동을 충분히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 과학원의 설명이다. 중국은 연 800억원 정도의 예산을 인공강우에 쏟고 있다.

2019년 1월 25일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이륙한 기상항공기가 인공강우 실험을 위해 전북 군산에서 120km 떨어진 서해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국내 인공강우 기술 개발은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다. 기상과학원은 약 600㎢ 면적을 기준으로 비를 10㎜ 이상, 2시간 이상 내려야 해갈, 고농도 미세먼지 저감 등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이를 목표로 했다. 현재까지 개발된 기술은 항공기 한 대가 한 번 이륙할 때마다 최대 3.5㎜씩 비를 내릴 수 있는 수준에 다다랐다. 인공강우 전용기 세 대가 확보된다면 서울 크기 면적에 10㎜가량의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실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전용기 확보는 물론, 전문 인력과 예산도 대폭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 기상청의 입장이다. 장기호 기상과학원 연구관은 “인공강우로 커버할 수 있는 지역이 한정돼 있고 내릴 수 있는 비의 양도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땅을 적셔 산불을 예방하고, 미세먼지를 줄이고, 일시적이나마 건조함을 해소하면 기후변화에 따른 사회적 손실을 줄이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술개발은 거의 끝났다. 외국에 발맞춰 실용화 단계로 나아가려면 인프라에 대한 충분한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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