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최대 7500달러 세액공제 박탈
테슬라, 올 세액공제 혜택 이미 다 받아
2023년 아이오닉5 3만9950달러에 팔아야
모델3 세 혜택 시 3만9490달러로 판매
미국 내 판매 2위 현대차 타격 불가피
허 찔린 한국 정부, 뒤늦게 대응책 고심
美 중간선거 등 앞둬 법 개정 어려울 듯
일각 “공화당 이기면 수정 가능성” 전망
“시승도 할 수 없어요. 전기차는 구하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의 현대자동차 영업점. 전기차 아이오닉5를 보러 왔다고 말하자 딜러는 미안하다는 말부터 꺼냈다. 딜러는 “아이오닉5는 물론이고 모든 브랜드의 전기차 인기가 엄청나다(Extremely popular)”고 말했다. 미국의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서 전기차 인기도 덩달아 올랐다고도 했다.
아이오닉5를 구매하려면 영업점 홈페이지를 수시로 확인해 차가 입고된 것을 확인하고, 전화를 걸어 보증금 500달러(약 69만7500원)를 걸어야 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나마도 당분간 입고될 차들은 예약이 끝나 언제나 보증금을 걸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보증금을 걸어도 차를 운반할 트럭 운전기사가 없어 세 달까지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다. 딜러는 “앞으로 미국은 대부분 전기차로 바뀔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에서 출시되는 전기차가 미국 전기차법(정식 명칭 기후변화법)의 세액공제 혜택 대상이냐는 질문에 “법이 어떻게 될지 두고 봐야 한다”는 애매모호한 답변이 돌아왔다. 전기차법은 미국을 포함한 북미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1046만2500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 전기차는 세액공제 혜택 제외라는 폭탄을 맞은 셈이다.
◆한국산 내년부턴 테슬라보다 비싸
16일 미국 국세청(IRS)과 에너지부 등에 따르면 전기차법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 차별은 이미 시작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법에 서명한 지난달 16일부로 법이 발효되면서 당장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이 사라졌다.
8월15일까지는 전기차라는 요건만 갖추면 7500달러 세액공제가 되던 것이 16일부로는 북미산 조립, 핵심 광물 및 배터리에 대한 제한 조항이 생긴 것이다.
한국산 전기차의 경우 8월16일 이전에 생산되고, 또 차량 가격의 5% 이상을 지불하고 서면 계약이 된 차가 아니면 세액공제가 불가능하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와 경쟁하는 테슬라의 모델3와 비교하면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는 더욱 극명해진다.
미국에서 현재 판매되고 있는 아이오닉5의 기본 옵션 차량은 3만9950달러(5573만250원), 모델3의 기본 옵션 차량은 4만6990달러(6555만1050원)다. 테슬라는 올해 세액공제 혜택이 적용되는 누적 판매 기준(20만대)을 넘겨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그동안 세액공제 혜택을 받은 아이오닉5는 3만2450달러(4526만7750원)에 구매할 수 있었다.
아이오닉5와 모델3의 가격 차 1만4540달러(2028만3300원)가 16일부로는 7040달러(982만800원)로 줄어들었다. 그나마도 내년부터는 누적 판매 기준 조항을 삭제하기로 해 테슬라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내년 1월1일부터 아이오닉5은 제 가격인 3만9950달러, 모델3는 세액공제 혜택 등을 최대 적용했을 때 3만9490달러(5508만8550원)로 구매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기차법을 통해 세액공제 혜택이 조정되면서 가격이 역전되는 셈이다.
◆허 찔린 한국 정부… 법 개정 난망
한국자동차연구원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현대차그룹은 미국내 전기차 판매량 3만4000대를 넘기며 테슬라(약 26만대)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그 뒤를 포드(2만3000대), 폴크스바겐(1만7000대), GM(8000대) 등이 추격하는 중이다. 이젠 미국에서 조립, 생산되는 테슬라와 포드, GM은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반면 현대차는 제외되면서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2022년식과 2023년식 기준으로 최대 7500달러에 해당하는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전기차 33종(그중 10종은 누적 판매 기준 도달)에 전량 한국에서 생산되는 현대 아이오닉5, 기아 EV6는 빠졌다.
허를 찔린 우리 정부는 뒤늦게 대통령실과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기획재정부 등이 전방위로 나서 전기차법의 독소 조항을 시정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미 전기차법이 발효된 상황에서 법을 수정할 만한 명분이 없다는 미국 내 여론이 최대 장애물이다.
11월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 법 개정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하원 선거에서 야당인 공화당이 우세를 차지한 뒤 법 개정에 나서면 한국 정부도 전기차법 차별 조항 수정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법 기준이 너무 높게 설정된 만큼 미국 정부가 자체적으로 법 개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워싱턴의 한 통상전문가는 “당장 미국 기업들도 배터리나 핵심 광물 등의 요건 등을 맞추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전기차법이 실제 미국의 의도대로 효과를 낼 것인지는 알 수 없다”면서 “미국이 전기차 등의 자국 생산을 늘릴수록 비용 및 인건비 상승이 불가피하고 이는 가격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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