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자, 국군 포로 유가족 등이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에서 승소했지만,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이 법원의 추심 명령에 불복해 이들이 배상금 8억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경문협은 국내 언론들로부터 조선중앙TV를 비롯한 북한 관영매체들의 저작권료를 받아 북한에 보내는 단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태영호 의원이 15일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제2연평해전 참전용사 및 유가족, 강제 납북자 가족, 국군포로 및 유가족 등 우리 국민이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에서 승소한 사건은 총 4건이다.
재판부는 4건의 사건에서 국군포로 유가족 등에게 북한이 총 8억 5452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배상 방법으로 경문협에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내렸다. 경문협이 2022년 기준 법원에 공탁한 23억 4500만원을 국내 유일한 북한자산으로 본 것이다.
2004년 설립 이후 매해 북한에 저작권료를 보내온 경문협은 2008년 박왕자씨 금강산 피살 사건 이후 남북 금융 거래가 중단되자 매해 저작권료를 법원에 공탁하고 있다. 그러나 경문협은 “채권자들이 압류한 북한 저작물 사용료 채권의 권리자는 북한 당국이 아닌 북한에 있는 개별 저작물 제작자이므로 재단(경문협)이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며 재판부의 추심명령에 불복하고 서울동부지법에 항고했다. 서울동부지법은 올해 1월 탈북 국군포로와 강제 납북자 유족들의 청구를 기각하며 경문협의 손을 들어줬다.
태 의원에 따르면, 경문협은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법원에 공탁한 북한 저작권료를 회수해 재공탁 신청을 하며 국고 귀속을 막고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법원에 공탁된 돈은 10년이 지나면 국고로 귀속되는데, 공탁금 소멸 시효가 도래한 지난 2019년부터 매해 공탁금을 회수 후 재공탁하고 있는 것이다.
태 의원은 “강제 납북, 연평해전 등 사법부가 북한 정권의 책임과 책임배상을 공식 인정한 사건에 대해선 경문협이 보유하고 있는 ‘북한 저작권료’로 피해 유가족에게 배상하는 것이 옳다”며 “북한 저작권료를 국고로 귀속하는 것도 회피하고 북한에 의해 피해를 본 국민에 대해 배상조차 하지 않는다면 경문협이 김정은의 재산을 지켜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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