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국제사회의 반발 속에서 결국 우크라이나 4개 점령지에 대한 병합을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푸틴 대통령은 크레믈궁에서 가진 연설에서 “4개 지역을 러시아에 편입하는 것은 러시아 연방과 공통의 역사를 가진 수백만 명의 단호한 선택”이라며 “편입 지역의 주민은 영원히 러시아 국민”이라고 밝혔다. 또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해 새로 편입되는 지역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토 수호의 관점에서 병합지역을 방어하기 위한 핵무력 사용 가능성을 다시 경고한 것이다.
이어 주민투표(23∼27일)를 통해 러시아 편입을 결정한 루한스크, 도네츠크, 자포리자, 헤르손 4개 지역의 친러 당국 수장과 영토합병을 위한 조약을 체결했다.
병합절차는 상·하원 비준 등을 거쳐 푸틴 대통령의 70번째 생일을 사흘 앞둔 10월4일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체 면적(60만3500㎢)의 16.5%이자 남한 면적과 비슷한 약 10만㎢의 땅과 우크라이나 전체 인구 3970만명의 10%인 약 400만명이 러시아에 흡수된다. 이는 나치 독일 이후 유럽 내 최대 규모 강제병합이다.
러시아는 앞서 2014년에는 우크라이나의 크름반도를 병합했다.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자포리자의 상당 지역을 아직 장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가 실지 수복을 다짐하고 있어 병합 후 전쟁 격화와 장기화는 불가피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매우 가혹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영토는 회복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국제사회도 러시아를 강력히 성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9일 “미국은 결코(never), 결코, 결코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러시아 주장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다른 나라 영토를 무력이나 위협으로 병합하는 것은 유엔 헌장과 국제법 위반”이라고 했다.
한편 조약 체결식 당일인 이날도 곳곳에서 교전이 벌어졌다. 특히 러시아가 병합대상인 자포리자에서 우크라이나 통제 지역으로 피란하려는 민간인들이 탄 차량 행렬에 포격을 가해 25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쳤다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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